공기총 난사·홍대앞 난동·경찰폭행 등 잇단 범죄 불구 제대로 처벌못해… ‘불평등 SOFA 개정만이 해법’ 한목소리
2010년 이후 검찰 1027건 기소…실제 재판에 회부된 건 57건 불과 대부분 약식기소·불기소 그쳐…국가상대 피해보상청구 절차도 복잡
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431. 기지촌 내 한 셋방에서 26세의 술집 여종업원 윤금이 씨의 시체가 발견됐다. 발견 모습은 처참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윤 씨의 시체. 윤 씨의 항문에는 우산대가 꽂혀 있었다. 윤 씨의 은밀한 부위에는 콜라병이…. 그녀의 입에는 부러진 성냥개비가 가득 차 있었고, 온몸은 하얀 세제가 덮여 있었다. 우산대는 항문을 뚫고 직장까지 26㎝가 들어가 있었다. 윤 씨의 자궁에서는 맥주병 두 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범인이 잡혔다. 범인은 당시 미 2사단 소속 병사 케네스 리 마클(당시 20세) 이병이었다. 케네스 이병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러나 윤 씨의 유가족이 71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은 점이 고려돼 항소심 선고에서 15년형으로 감형됐다. 케네스 이병은 2006년 8월 14일 1년6개월 형기를 남겨놓고 가석방됐고, 다음날인 15일 미국으로 떠났다.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윤금이 사건’이다. 윤 씨 사건 외에도 기지촌 여성, 노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주한미군의 흉악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이태원 공기총 난사 사건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 흉악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 주한미군은 왜 대한민국 영토에서 흉악한 짓을 할까=1996년 9월 7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에서 미군전용클럽 종업원이었던 이기순(당시 44세) 씨가 예리한 흉기로 목이 반쯤 잘린 채 발견됐다. 범인은 미 제2사단 1503보병대대 소속 뮤니크 에릭 스티븐(당시 22세) 이병이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면박을 당한 데 격분한 뮤니크 이병은 이 씨의 얼굴을 때려 실신시켰고, 방 안에 있던 연필 깎는 칼로 목을 12.5㎝가량 잘라 살해했다.
1998년 1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고잔동에서 클럽 여종업원이었던 허주연(당시 22) 씨는 자신의 방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다. 미군 제473야전시설 지원중대 소속이었던 핸릭스 티모시 제롬(당시 25세) 일병은 허 씨가 담배를 피우고 귀찮게 했다는 이유로 명치를 때려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침대에 불을 붙였다.
기지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2000년대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2000년 2월 1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외국인 전용클럽에서는 여종업원 A(당시 32세) 씨가 숨진 채 발견된다. A 씨는 클럽 내의 침대 위에서 얼굴과 목 등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알몸으로 죽어 있었다. 부검 결과 A 씨는 목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목이 졸려 질식사했다. 범인은 미2사단 7기갑대대 소속 크리스토퍼 매카시(32) 상병. A 씨는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받았지만 거절했고, 매카시 상병은 주먹으로 A 씨를 때리고 목졸라 살해했다. 매카시 상병은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2005년 2월 28일 가석방됐다. 매카시 상병은 피해자 유족과 형사합의를 위해 위로금조로 ‘250여만원’을 지급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기지촌 여성만? 노약자, 미성년자까지도 미군의 범죄 대상=미군의 범죄대상에는 기지촌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 노인도 이들의 대상이 됐다.
1996년 3월에는 유학원을 경영하던 정종자 씨가 미8군 전기기사인 헨리 매킨리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1997년 5월 경기도 동두천시 광암동에서는 미 제1여단 보병대대 소속 차니 테리엘(당시 26세) 씨가 당시 6살이던 B 양을 성추행하다 알몸으로 도주한 사건도 있었다.
2007년 1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주택에서는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소속 제로니모 라미네즈(당시 23세) 이병이 66세의 C 씨를 40분 동안 골목 등을 끌고 다니며 3차례나 연쇄 성폭행을 저지르다 경찰에 검거돼 4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군 범죄…미제사건이 유독 많다는데=주한미군이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지만 사건이 미제로 남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1998년 8월 흉기로 20여군대를 찔려 환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순녀(66) 씨, 1999년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의 자신의 방에서 배에 ‘창녀’라는 글이 쓰여진 채 전기줄에 목이 감겨 나체로 발견된 신차금(44) 씨, 2000년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에서 온몸에 멍이 들어 숨진 채 발견된 서정만(68) 씨 등은 미군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SOFA 도대체 넌 누구니?=이처럼 주한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국민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이 내국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한ㆍ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SOFA에 따라 대한민국 경찰은 미군이 대한민국 영토에서 살인ㆍ강간 등 12가지의 범죄를 저지르거나 현행범으로 체포될 경우 1차 초동수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의 공무 중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윤호 동국대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 사건에서는 초동수사가 생명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군이 대한민국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아 최근에 공개한 ‘주한미군 사건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검찰에서 처분한 미군 범죄 1027건 중 기소돼 실제 재판에 오른 사건은 57건으로 5.6%에 불과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사건은 불기소 처리되며, 기소되는 사건도 상당수가 약식기소에 그쳤다. 전체 주한미군 관련 범죄 사건 중 기소 처리 비율은 2010년 28%, 2011년 27%, 2012년 25%로 모두 30% 미만이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검찰 등 사법부에서 미군의 눈치를 보는 측면도 있다”며 “소파의 개정을 통해 아직 불평등한 요소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 주둔기간이 1~2년으로 짧기 때문에 미군으로부터 범죄피해를 당한 뒤 보상을 받는 문제도 어렵다. 한국에서는 민사 합의를 통해 대부분 범죄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지만, 한국에 이렇다할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 미군으로부터 보상을 받기는 까다롭다.
박정경수 주한민군범죄근절운동 사무국장은 “내국인 사이의 범죄와는 달리, 범죄피해자가 국가에 배상을 신청하고 국가가 미군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지만 미군이 이를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포함하는 것으로 SOFA는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주한미군 사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미군 영내로 들어가면 해결된다는 오해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회, 법무부 등이 이문제에 대해 적극적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같이 고민을 해보자"라고 덧붙였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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