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었다. NC 다이노스가 합류해 9개 팀이 각각 128게임씩, 모두 576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 진행되고 있다. 날씨 탓인지 초반 열기는 작년만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KBO가 목표로 삼은 관중 750만명 동원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0년대 중학생 때 ‘서울운동장’에서 야구경기를 처음 본 이래 지금까지 줄기차게 야구 관전에 빠져 있다. 요즈음도 한 시즌에 20~30번은 경기장을 찾는다. 나머지는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심야시간에 방송하는 야구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스스로 열성 야구팬이라고 자부한다.
야구의 재미는 무엇일까. 모든 스포츠가 비슷하겠지만 야구는 불확실성이 다른 경기보다 높다는 점이다. 변수가 경기 흐름을 관장한다. 객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이 우승후보를 제압하는가 하면, 형편없이 낮은 타율의 선수가 역전타를 터뜨리기도 한다. 다른 구기의 경우 승패가 어느 정도 결정되면 경기 흐름이 느슨해진다. 게임 종료 1분을 남기고 20점대의 점수 차를 보이고 있는 농구, 5점 차의 축구는 김빠진 맥주처럼 흐느적거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야구는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팽팽한 긴박감이 경기 종료까지 이어지는 것이 야구다.
두 번째는 흐름이 빠르다는 점이다. 투수가 던진 공은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타자는 0.4초 이내에 공을 공략해야 하고, 27.4m를 3~4초 이내에 뛰어야 한다.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것이 야구의 묘미다. 하지만 여유와 여백도 공존한다. 공격과 수비가 교대하는 동안 쉼이 있고 선수와 선수, 필드와 더그아웃이 사인을 교환하는 느긋함이 공존하는 곳도 야구장이다. 빠름과 느림, 긴장과 이완이 교차되면서 아기자기하게 경기가 진행되는 점 또한 야구경기가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야구는 체계적이고 실증적이다. 야구만큼 실증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축으로 경기 운영을 하는 스포츠는 없을 것이다.
쉬운 예로 경기기록지만 보면 경기 진행 과정을 그대로 복기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하다.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나 실적은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놓는다. 이런 실증 자료는 선수 기용, 작전을 짜는 데 이용하게 된다. 이런 자료를 숙지한다면 깊게 경기를 즐길 수 있지만 여의치 않다면 전광판에 제공되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분석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야구가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런 재미는 경기내용이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을 때만 맛볼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묘기와 기량 그리고 아기자기한 작전이 씨줄날줄같이 엮여 경기를 만들 때 야구의 진가는 드러나게 된다. 수준 높은 경기가 승패보다 더 소중한 이유다. 이런 경기는 관중에게 만족감과 일체감, 심미적인 보상을 준다고 사회심리학자는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감칠맛나고 맛깔스러운 게임으로 채워진 페넌트레이스를 기대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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