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온통 암호다. 뭘 해도 암호를 눌러야 한다. 손 닿는 곳엔 암호버튼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간뒤 침대에 잠들기까지 암호를 눌러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직장을 둔, 암호에 둘러쌓인 A 씨의 일과를 소개한다.
금요일 새벽 6시 30분.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뜬 직장인 A(28) 씨는 팔을 뻗어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찾는다. 스마트폰에 손이 닿자, 암호를 눌러라는 메시지가 뜬다. ****를 누르고, 밤새 온 메시지를 확인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오전 8시 30분, 보안카드를 찍고 회사에 출근한 A 씨. 커피한잔을 타고 노트북을 켠다. 일을 시작하려면 비밀번호를 눌러야한다. ********비밀번호를 누른 A 씨는 회사계정에 로그인을 한 뒤 업무를 시작한다. ********를 누르니, 다시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온다. 컴퓨터 로그인 비밀번호와 회사 메일 비밀번호는 매번 햇갈린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회사 메일 계정 접속에 성공한다.
첨부 파일이 있는 메일이 하나 와 있다.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하고보니 압축화일이다. 화일을 열리지 않는다. 또 암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화면을 스크롤 해보니 압축화일에 암호를 걸어놨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를 눌러 압축을 풀고, 문서를 확인한다.
정오. 긴 업무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밥먹을 시간이 됐다. 회사 동료가 숨겨진 맛집을 찾아냈다. 팥국수를 기가 막히게 한단다. 위치를 보니 대략 구멍가게다. 맛집은 항상 카드를 받지 않는다. 현금을 뽑으러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서 있으니 A 씨 뒤로 줄이 생긴다. 현금 카드를 밀어 넣은 A 씨. 뒷 사람이 비밀번호를 볼까 한번 뒤돌아다본다. A 씨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비밀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뜨는 ‘잔액부족’이란 글자. 다른 카드 하나를 더 밀어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틀렸다는 메시지가 뜬다. 잔액이 부족했던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했던 A 씨. 2번만 더 틀리면 가까운 은행 지점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 의 메시지가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모니터에 보인다. 은행을 방문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한자한자 꼬박꼬박 비밀 번호를 누른 A 씨는 2만원 뽑기에 성공했다.
저녁 6시께 시계만 보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던 A 씨. 갑자기 급하다는 문자와 함께 전화가 울린다. 고시생 친구놈의 전화다. 큰 뜻을 이루면 100배로 갚겠다며 데이트 비용 5만원만 꿔 달라고 한다. 목소리에 설움과 다급함이 함께 어리기는 힘들다. 그 큰 뜻에 속아 5만원을 붙여주기로 했다. 스마트폰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시키고 돈을 붙여준다. A 씨는 매번 스마트폰으로 돈을 붙일 때마다 짜증이 난다. 암호를 몇 번을 누르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로그인을 할 때 비밀번호를 누른뒤, 보안카드에 써 있는 암호를 또 눌러야 한다. 지갑속에 있는 보안카드는 찾을 때마다 사라진다. 지갑 속 카드를 모두 꺼내고서야 보안카드를 찾을 수 있다. **, **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니, 공인인증서 암호를 누르고서야 비로서 송금이 끝이 난다. 비밀번호를 누르다 보니 세월이 흐른듯 하다.
저녁 7시 퇴근.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 A 씨는 8시께 자취방 문앞에 섰다. 뒤를 한번 들여다 보고 아무도 업다는 걸 확인, 비밀번호****를 눌렀다. ‘스르륵’하며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A 씨는 얼마전 이사온 이집이 좋다. 매번 열쇠를 찾다 결국 친구 자취방에서 잠이 드는 경우는 이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술을 먹고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고향집 엄마한테 전화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면 그만이다.
저녁 9시께 샤워가 끝낸 후 노트북을 안고 침대에 누운 A 씨. A 씨는 퇴근 후 여기저기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로그인을 하고 글도 쓰고 시간을 보낸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남기려 로그인을 하니비밀번호가 틀렸다는 메시지가 뜬다. ‘내가 가입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 A 씨는 회원 등록을 누른다. 가입이 돼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결국, A 씨는 이메일을 통해 비밀번호를 전달 받고 글 남기기에 성공한다.
A 씨는 한 때 사이트에 입력하는 모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킹관련 뉴스가 심심찮게 터지고, 주요 포털의 개인정보가 다 빠져 나갔다느니, 피해액이 얼마에 달했다느니, 계좌에 있는 돈도 위험하다느니 등 무서운 소식들이 들려왔다.
그래서 A 씨는 기억나는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전부 바꿔버렸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디가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것. 사이트 한 곳에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 한번의 시도로 끝이 나지 않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래서 생각해낸 비책.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한데 적고, 폴더 깊숙이 숨겨놓았다. 그리고 ’이것만은 외워야지’라고 되뇌이며 그 문서에 암호를 걸었다.
12시. 드디어 잘 시간이다. 노트북을 책상 위에 놓기 전 마지막으로 눈여겨 보던 여자 후배 블로그에 한번 들어가 보는 A 씨. 누군가가 후배의 글에 댓글을 꾸준히 달고 있다. 여자 후배는 이 댓글에 답도 잘 단다. 클릭을 하니, 비밀 덧글이라며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댓글 보는 것은 불가능. A 씨는 씁쓸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꿈속으로 들어갈 땐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