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대형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실적을 높이라는 강요가 궁극적으로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 형태로 피해가 돌아간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헤럴드경제 2월 26일자 9면 ‘실적못채우면 의사들도 잘리는 세상’)가 나간 뒤, 저소득층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의료기관들까지도 실적이 미진한 의사들에게 재계약거부 등의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대전의 한 공공의료기관의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지난 4일 병원으로부터 최후 통첩을 받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책임을 지라는 내용이었다.

A 씨는 그동안 목표진료금액을 적은 뒤 여기에 서약을 하고 병원에 제출해야 했다. 병원은 A 씨에게 “입사이후 최저수준 이하의 진료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이행목표 달성을 위해 4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 진료활성화를 독려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인사조치 예정임을 통보하오니 향후 진로를 협의한 3월5일까지 선택해 병원에 통보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A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립병원이 실적 등을 이유로 과잉진료를 조장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파면시키겠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병원의 행태에 부당함을 느낀 A 씨는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낸 상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고여부는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실적압박, 과잉진료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B 씨는 “공공의료기관은 노숙자, 국가유공자들이 환자로 많이 온다. 수익이 많이 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매달 과별 실적비교를 하는 등의 실적압박은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관계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이 경영실적 악화의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시키는 상황”이라면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돼야 될 문제다. 재계약 불가 등을 통한 실적압박은 결국 서민에 대한 과잉진료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에 대한 실적 강요가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지만,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병원 운영을 고려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