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 습기가 번진 희뿌연 창을 닦아낸 듯하다. 불투명한 창 밖으로 빼꼼히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품고 있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 그러나 스멀스멀 몰려오는 외로움의 이유는 저 풍광 속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빌딩 속으로 숨어버린 사람들은 다들 바쁘고 무관심하니까.
한지에 먹과 잉크로 도시의 모습을 담은 박지은 작가의 시원한 붓선에선 작가가 여행하다 만난 도시에서 받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먹과 한지라는 전통재료로 이국적 도시 풍경을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재료와 주제의 대조를 이뤘다. 화려한 외관 속 외로운 도시의 이면을 잡아낸 박 작가의 그림은 강남구 오페라갤러리에서 2월 2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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