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으로 뽑혀 궁중에 들어왔는데 자못 얼굴이 아름다웠다.”
숙종실록 12년(1686년) 12월 10일 네 번째 기사에 실린 장희빈(1659~1701)의 외모에 대한 묘사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언급한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드라마와 영화 속 장희빈은 모두 당대 최고 미녀 배우의 차지였다.
다음달 8일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이 첫 전파를 탄다. ‘장옥정’은 장희빈을 다룬 아홉 번째 작품이다. 아홉 번째 장희빈은 대한민국 미녀 배우의 대명사 김태희가 낙점됐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김태희 이전에 대중을 사로잡았던 8명의 장희빈은 누구일까.
첫 번째 장희빈은 60년대 최고의 여배우 김지미다. 김지미는 1961년 정창화 감독의 영화 ‘장희빈’에 출연해 희대의 악녀 연기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장희빈은 ‘60년대 트로이카’ 중 한 명인 남정임이다.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 출연한 세 번째 장희빈 윤여정은 장희빈하면 떠오르는 ‘사약신’을 연기한 최초의 배우다.
네 번째 장희빈은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 이미숙이었다. 이미숙은 1981년 MBC ‘여인열전-장희빈’에 출연해 표독스러운 이미지에 섹시함을 더한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섯 번째 장희빈 전인화는 1988년 MBC ‘조선왕조 500년-인현왕후’에서 요부의 이미지에 갇혀있었던 장희빈에 우아한 매력을 덧입혀 인기를 끌었다.
90년대로 접어들자 장희빈 연기도 진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장희빈을 연기한 정선경은 진화의 시작이었다. 1995년 SBS는 창사 최초로 선보이는 사극 ‘장희빈’에 톱여배우 대신 신인 정선경을 파격 캐스팅하는 모험을 벌였다. 그러나 정선경은 우려와는 달리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드라마는 줄곧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며 큰 성공을 거뒀다.
대한민국 대표 섹시스타 김혜수는 출연을 확정한 영화까지 제쳐두고 일곱 번째 장희빈 자리를 선택했다. 2002년 KBS2 ‘장희빈’에 캐스팅된 김혜수는 장희빈을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해석하며 연기대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2010년 MBC ‘동이’에서 여덟 번째 장희빈으로 낙점된 이소연은 품위 있고 지혜로운 장희빈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김태희는 장희빈을 사랑에 목숨 건 순수한 여인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김태희가 기존 장희빈의 영광을 이어받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고 연기파 배우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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