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웅을 처음 본 사람이면 그의 외적인 포스에 자신도 모르게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항간에는 그동안 그가 맡아왔던 캐릭터들이 강하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그동안 그는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왔다.
올해 초반부터 연일 흥행 중인 영화 ‘신세계’에서 골드문의 서열 3위 이중구로 분한 박성웅은 역시나 강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논현동 모처에서 본 박성웅은 스크린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유쾌한 인물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웃음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를 보며 누가 ‘신세계’의 이중구로 보겠는가.
“관객 분들이 ‘신세계’를 보시고는 ‘네 번째 주인공’이라는 말씀을 해주시곤 해요. 저는 이중구가 이용만 당하는 불쌍한 캐릭터라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나중에는 연민의 정까지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도 관객 분들은 이중구가 가장 악역이라고 생각해주시네요. 이 자리에서 밝히자면 제 전공은 ‘격정’이 아닌 ‘걱정 멜로’입니다. 알고 보면 정말 부드럽고 재미있는 남자랍니다.(웃음)”
박성웅은 훨씬 바빠진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지친 내색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출연한 작품이 흥행세를 달리고 있는 것도 크게 한 몫 하겠지만 아픈 몸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세계’는 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에요. 멋있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죠. 목표를 쫓아가는 모습이 멋있게 그려지잖아요. 현장에서 항상 즐거웠던 건 당연한 일이었고요. ‘신세계’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신세계입니다.”
작품 시작 전부터 마음을 이미 ‘신세계’에 맡겨버렸던 그는 극중 이중구 역에 녹아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저는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어떤 노하우보다는 실제로 부딪혀보는 편이에요. 이중구 캐릭터를 위해 실제 생활하는 분들도 만나기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나만의 이중구를 찾으려 했죠. 저도 10년 만에 제가 그런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품 속에서 저는 분명히 웃고 있는데, 보는 분들은 비릿하다고 그러시던데요. 한 번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려 했는데, 더욱 비릿하다고 하셨어요. 하하”
웃고 있어도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배우 박성웅은 그렇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신세계’에게 상을 줘야 한다며 재치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저도 ‘신세계’ 덕분에 결혼 하면서 끊었던 담배를 6년 만에 다시 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다시 끊었죠. 작품에 담배 피는 신이 있는데 ‘못 핍니다’라고 할 수 없잖아요. 첫 담배 신을 찍을 때 연이어 열다섯 개피를 폈는데, 독해서 식은땀을 잔뜩 흘렸죠. 시사회를 갔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남성 관객 분들이 밖에서 거대한 구름을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이정도면 상 받을만 하지 않나요?(웃음)”
‘신세계’를 본 관객들은 진한 남성들의 영화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성웅을 비롯한 배우들은 무대 인사를 통해 팬들과 만남을 가지며 의외로 뜨거운 여성 팬들의 반응에 행복해했다.
“무대 인사를 다니면 죄다 여성분들인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나고 무대 인사를 가면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하다. ”우리 영화 그렇게 잔인해요“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면서도 소리 지르면서 좋아해 주셔요. 심지어는 ”욕 해주세요“라고도 하시던데요. 하하”
현재 그가 출연한 ‘신세계’와 ‘사이코메트리’ 모두 흥행 중에 있다. ‘신세계’에 비해 ‘사이코메트리’에서 인상은 약하지만 그에게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아내가 8년 동안 한 번도 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이코메트리’를 보면서 연기에 대한 칭찬을 해줬어요. ‘내 생활 연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신세계는’ 최민식-황정민 선배의 캐릭터에 밀리면 안되기 때문에 힘을 ‘빡’ 줘야 하는 역이었잖아요,”
아직은 연기에 대해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박성웅은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매우 짠 평가를 내렸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65점 정도 밖에 못 주겠어요. 아! 정민 형만 없었으면 70점은 줬죠.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중구 쪽에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인상요? 고등학교때 손해 많이 봤죠.(하하)”
현재 ‘신세계’는 흥행 순풍을 타고 400만 관객을 향하고 있다. 이들은 흥행 공약으로 500만을 돌파할 경우 울릉도로 집을 지으러 봉사활동을 약속했다.
“500만 공약을 했었는데, 꼭 지키고 싶어요. 꼭 약속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영화가 흥행해서 가게 되면 더 기운이 나겠죠?”
인터뷰 말미 그는 다시 한 번 멜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배우 박성웅. 그가 쌓아갈 필모그래피에 기대를 가져본다.
“‘신세계’를 촬영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 있어서 신세계를 맛본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전공은 멜로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고 다음 작품도 기대해주세요.”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