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전남대 로스쿨서 공개재판
예비 법조인 실무교육 차원 학생들 법정가득 관심 반영
A 씨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얼마 전 전남 화순에 있는 땅을 경매로 샀다. 땅 위에 세워진 34년 정도 된 낡은 건물의 주인이 내놓은 것이었다. A 씨는 경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아주 오래된 건물이어서 건물주에게 비워 달라고 요청하면 받아들여질 거라는 얘기를 듣고 땅을 구입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건물을 비워줄 수 없다고 버텼다. A 씨는 결국 건물주를 상대로 건물을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땅과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의 소유자가 같았다가 나중에 경매 등으로 땅이 팔려 소유자가 달라질 경우 토지주와 건물주 간에 분쟁이 생기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른바 ‘관습법상 법정 지상권’ 분쟁이다. 법학도들이 이론서와 판례를 통해 자주 접하는 법 이론을 쟁점으로 하는 사건을 법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실제 재판으로 진행했다. 로스쿨에 다니는 예비 법조인들의 실무교육 지원을 통한 사법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다.
광주지법 민사3부(부장 송기석)는 30일 오전 10시 전남대 로스쿨 금호관 7층 모의법정에서 A 씨가 제기한 건물철거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법원이 대학에서 실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달 연세대 ‘캠퍼스 열린 법정’에 이어 두 번째다. 법원이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찾아가는 법정’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로스쿨의 모의법정에 법복을 입은 판사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법정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기대와 호기심 가득찬 표정으로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은 실제 법정에서 열리는 것과 같이 팽팽한 공방이 이뤄졌다. 양측의 사건에 대한 핵심을 정리하는 시간에 A 씨 측은 ‘건물주는 해당 건물에 등기조차 하지 않아 경매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학계에서도 이러한 경우 대부분 관습법상 법정 지상권의 성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고,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줘야 하는 만큼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물주 측은 ‘등기는 돼 있지 않지만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상속받은 아들이 일부 토지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관습법상 법정 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변론을 들은 뒤 증거조사를 마치고 재판을 종료했다. 이 사건에 대한 선고는 5월 15일께 내려질 예정이다. 재판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이 재판부에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재판 내용에 대한 것 외에도 다양한 궁금증을 담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지형 광주지법 공보판사는 “캠퍼스 열린 법정은 로스쿨 재학생은 물론 교직원, 주민들의 재판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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