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글ㆍ사진 박동미 기자] 화려함을 뽐내는 와이탄의 빌딩들. 하늘을 찌를 듯한 동방명주의 첨탑. 중국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예원, 고급 브랜드숍과 갤러리, 카페들이 즐비한 신띠엔티 쇼핑가. 최근 상하이 여행의 주된 키워드다.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황산과 쑤저우 공원도 관광객들에겐 인기 명소다. 하지만 상하이는 수향, 즉 ‘물의 마을’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상하이가 위치한 중국 강남지역은 옛부터 운하를 터전으로 하는 수향이 발달했다. 배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이동했고, 주택도 대부분 운하를 대면하고 있다. 상하이 인근에는 6개의 수향이 있다. 중국 제1의 수향인 저우좡, 인문학적인 분위기의 통리, 1000년을 이어온 시탕, 최근 리조트로 재탄생한 우쩐, 청대 번화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주지아자오, 뿔달린 신 루즈가 지켜주고 있다는 마을 루즈…. 이 중 시탕(서당)은 톰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미션임파서블 3’ (2006ㆍ에이브람스)의 촬영지로 유명한데, 6대 수향 중 가장 소박하고 정겨운 풍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2003년 중국 국가역사유적지로 지정됐다.

▶1000년의 시간여행…흔들리는 홍등은 객(客)을 유혹하고=시탕은 상하이 남서쪽으로 약 114㎞ 떨어져 있다. 상하이남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다섯 번 시탕행 버스가 출발한다. 약 1시간을 달려 1000년 전 수향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무엇보다 시탕은 살아 숨쉬는 마을이다. 박제된 민속촌이 아니라, 지금도 500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관광객을 태운 나무배가 하루 종일 운하를 오고가도, 시탕 사람들은 묵묵히 자전거를 타고 연탄을 나르고 물가에서 빨래를 한다.

시탕 관람은 용녕교를 중심으로 한다. 용녕교 오른쪽의 연우장랑을 따라서 천천히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마을을 둘러본다. 대략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특히, 명나라 숭정 10년(1637년)에 처음 세워져 지금에 이르고 있는 송자래봉교와 연우장랑이 핵심이다. 송자래봉교 구조에는 중국 전통 남존여비와 음양사상이 담겨있다. 남쪽은 양(남자), 북쪽은 음(여자)이므로, 다리의 남쪽은 계단으로 북쪽은 경사로만 만들어졌다. 연우장랑에는 호씨 성을 가진 젊은 과부와 두부장수 왕 씨의 애틋한 연애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시탕 마을을 둘러보면 ‘객잔(客棧)’ 이라고 쓰여진 홍등이 자주 눈에 띈다. 여관이다. 자연스럽게 밤 풍경이 그려진다. 마을 곳곳 홍등에 불이 켜지고, 버드나무 가지는 스산하게 흔들린다. 객잔 아래 주점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내부는 중급 호텔 수준. 최근 객잔에 머물며 시탕의 밤 정취를 즐기는 젊은 여행객을 위해 무선인터넷을 설치한 곳도 많다.

▶석피농에서 올려다본 좁고 긴 하늘=‘농’은 골목이다. 시탕에는 약 122개의 농이 있는데, 넓이는 0.8m~1.1m. 한 사람만 겨우 움직일 수 있다. 길을 잃기도 쉽다. 한참을 걸어도 끝이 잘 안 나온다. 시탕의 농 중에서는 서제의 서쪽에 있는 왕택 바로 옆 골목이 가장 유명하다. 일명 석피농(스피농)이다. 석판 아래를 하수도로 이용하기 위해 두께 3cm 정도 밖에 안되는 얇은 석판으로 만들었다. 조용한 물의 마을에서도 가장 적막한 곳이다. 살금살금 걷다 보면 시탕 마을민이 된 기분이다. 반대편에서 오는 이를 위해 몸을 돌려 찰싹 옆 벽에 붙는다. 살짝 올려다본 하늘은 석피농만큼이나 좁고 기다랗다. ‘일선천(一線天)’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석피농과 일선천은 무심한 듯 무뚝뚝한 시탕 사람들과 같다. 그 속이 잘 보이진 않지만,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1000년 ‘물의 마을’을 지금껏 지켜온 이들의 심성과 마을의 모습은 이미 그 시간만큼 닮아 있다.

농을 걷다 보면, 제대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무협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여관과 식당에 서 있기도 하고, 중국 전통예술 중 하나인 ‘종이오리기’ 달인과 대대로 판화 작품을 만들어 파는 유명 화가도 만난다. 막대기에 돌돌 말린 물엿 간식과 삶은 달걀로 허기를 채우고 실크 소재 기념품도 시내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줄리아를 찾아 나선 이단처럼…‘미션 임파서블’ 따라잡기=‘미션 임파서블 3’에는 상하이 푸동과 시탕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흔들리는 홍등에 마음을 뺏겨 하룻밤 쉬어가기로 결심했는가. 그렇다면 객잔에 짐을 풀고, 느긋하게 영화 속 장면을 따라가 보자.

주인공 이단(톰 크루즈)이 줄리아(미셀 모나한)를 찾기 위해 나서는 첫 장면. 아치형의 안경교이다. 이를 지나 시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용녕교에 이른다. 이단이 핸드폰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줄리아에게 향할 때 용녕교를 건넌다. 이 다리 위엔 늘 관람객이 운집해 있다. 운하 양 옆으로 한가한 시탕의 정취가 느껴져서, 기념사진 촬영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 다음은 연우장랑. 줄리아가 갇혀 있는 곳을 향해 이단처럼 질주해 보자. 마침내 오웬을 물리치고 줄리아를 찾았다. 사랑하는 여인과 북책가를 산책한 후, 안태교를 건너면 ‘미션 임파서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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