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경기불황으로 취업용 수험도서를 구매하지 않고 대출하는 사람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된 수험도서 훼손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서나 토익 등 취업용 수험도서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20일 “대학 도서관에서는 어학인증시험 수험서 수요가 예전보다 늘었고, 지역 공공도서관에서는 정보기술(IT), 컴퓨터 관련 수험도서 대출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험도서 대출 증가와 함께 훼손도 심해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학 도서관의 토익과 토플 등 공인 어학인증시험과 관련된 책은 대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필기와 채점 등 온갖 낙서로 지저분한 상태가 된다.

서울에 있는 H대 재학생 김모(24) 씨는 “도서관에 있는 수험서는 대부분 정답이 적혀 있다. 볼펜과 형광펜을 사용해 채점한 경우도 많아 빌릴 수 없는 수험도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 사정도 비슷하다.

K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토익책 등 수험서를 빌리려는 학생들이 많아 대출여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납된 책에 학생들이 필기를 해서 다시 대출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공공도서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진구 소재 모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서의 대출이 많은데 이 같은 수험서가 대출된 뒤 훼손된 상태로 반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험도서 훼손을 막을 방안이 없다는 것. 직원 1~2명이 수험도서 수십여권을 일일이 살펴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H대 도서관 관계자는 “반납처리된 책을 일일이 페이지를 들춰가며 필기 등을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훼손 사실을 확인한다 해도 이용자가 발뺌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 역시 “중앙도서관의 경우에는 책을 도서관 안에서만 보는 게 가능해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하다. 책을 대출해 집에서 편하게 보면서 답도 표시하고 필기도 하는 것 같다”면서 “타인을 위해 공공자료를 깨끗이 사용하는 배려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