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입춘(立春)이었던 지난 4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눈폭탄이 쏟아져 각 종 눈길 교통 사고가 잇따랐다.

오리를 싣고 가던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가 오리 떼에 점령당하는가 하면, 비행기가 눈길에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일 오후 11시께에는 서울 영등포구 올림픽대로에서는 오리 1500여 마리를 싣은 A(59) 씨가 몰던 4.5t 화물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옆으로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리 100여마리가 폐사하고, 차량이 2시간 동안 정체됐다. 이날 오후 10시 48분께는 충북 충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 매연터널 입구에서 화물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15중 추돌사고가 나 부상자 8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미끄러운 눈길은 비행기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날 밤 10시20분께 김포공항에 착륙해 이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폭설로 쌓여 있던 눈에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187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93명이 대형 사고에 노출됐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4일 오전8시께에는 서울 망우동의 한 도로에서 엔진과열로 승용차가 불에 타 1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눈길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다 엔진이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쏟아진 눈으로 도로와 등산로는 통제됐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서울은 북악산길ㆍ인왕산길ㆍ감사원길 등 서울지역 도로 7곳이 통제됐다. 인천은 강화 고비고개ㆍ전득이고개가, 경기는 남양주 사산리고개ㆍ비금리고개의 교통이 통제됐다. 북한산ㆍ주왕산ㆍ치악산 등 8개 국립공원의 156개 탐방로 역시 통제됐다.

서울 등 중부지방을 초토화 시킨 눈은 봄이 시작된다는 새해 첫 절기 입춘에 내렸다. 입춘에 이처럼 눈폭탄이 내린 이유는 뭘까. 기상청은 남쪽에서 수증기가 많은 저기압의 공기가 북쪽에서 불어온 대륙고기압의 차가운 공기와 중부지방에서 부딪혀 많은 눈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입춘은 천문학적으로 태양고도각을 측정해 나눈 것으로 날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로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 5일 가운데 3일은 봄이 온다는 입춘 이후 시점이다.

1972년 입춘에는 속초에 28.5㎝, 1976년 입춘 당시에는 대관령에 61.1㎝의 폭설이 쏟아졌다. 22.8㎝로 역대 네 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 1956년 2월 28일 역시 입춘이 지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