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나 홀로 인사’ 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일차적으로 청와대 등 현 정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앙금의 켜켜이 쌓인 가운데, 박 당선인 측이 남은 정부 조각 인사에서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이후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박 당선인 측은 애초 내각 인선에서 청와대와 긴밀히 협조해나간다는 입장이었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자와 만나 “청와대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파일을 활용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도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정부 내각의 핵심인 국무총리 인선에 돌입하자 청와대에 최소한의 검증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에서 검증 요청을 받지 않은 게 맞다”고 확인했다.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정부의 검증을 최대한 배제하고 당선인 비서실과 일부 보좌관을 중심으로 검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의 전문적인 검증이 배제되다 보니,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기본적인 신상정보조차 검증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협조하겠다던 관계자는 구체적인 검증 여부, 청와대와의 협조 등을 묻는 질문에 “나도 알지 못한다”는 말로 일관했다. 박 당선인이 중간에 마음을 바꿔 독자적으로 인사 검증을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 측은 김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 등 남은 조각 인선에서는 청와대 협조를 다시 요청하는 등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박 당선인 주변인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자존심이 강한 박 당선인이 손을 내밀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특히 오랜 기간 당을 운영하면서 홀로 인사권을 쥐고 성공한 경험도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박 당선인은 4대강 감사원 감사 결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과 관련해 청와대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어 업무 협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