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 것을 더디게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여진이 지난 2011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남겨 회자된 말이다. 당시 그는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태에 관련해 노조 측을 지지하며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김여진은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농성으로 지쳐갈 때 가장 먼저 그들을 찾았던 유명인사였다.
최근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소셜테이너의 행보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셜테이너(Socialtainer)는 사회를 의미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로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연예인들을 일컫는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의 확산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은 소셜테이너의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소셜테이너들은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대중과 직접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가수 이효리는 소셜테이너로 급부상한 가장 극적인 예다. 2010년 표절시비에 휘말려 2년 간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테이너로 떠올랐다. 유기견 보호 운동에 나섰던 그는 유기견과 함께 찍은 달력을 판매한 수익금 1억 원을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 또 모피 반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노숙자 재활을 위한 잡지 ‘빅이슈’의 표지 모델로 나섰던 이효리는 여기에서 “공인이기 이전에 나도 국민의 일원”이라며 “약자 입장에 서서 그들의 입이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공인의 역할”이라고 말해 소셜테이너로서의 활동 폭을 넓힐 뜻을 전한 바 있다.
방송인 김미화와 김제동은 김여진처럼 사회적 발언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방송사 파업, 서울시장 선거 등 현장을 누비면서 수시로 정치적 소신을 밝혀왔다. 가수 이은미와 윤도현, 박혜경 역시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을 찾거나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온 연예인들이다.
소셜테이너의 확산 원인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 한발 더 나아가 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결과적으로 연예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누구나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일반인과 다를 것 없다”며 “기존의 이미지로 활동에 한계를 느낀 연예인들이 소셜테이너를 자처함으로써 전성기 못지않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소셜테이너 확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지지하는 등 소셜테이너의 정치적인 발언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때 연예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개입하면 사람들은 정책에 대한 깊은 판단 없이 연예인의 의견을 따라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의 감성적인 정치적 발언은 자칫 국민의 올바른 정책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이 정치적이라기 보단 이들이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피력하는 사회적인 발언까지 정치적이라고 낙인을 찍는 미디어들의 모습 자체가 더욱 정치적”이라며 “미국의 경우 배우들이 지지 정당을 드러내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예인이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라고 비판했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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