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공포객도 늘어나는 추세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춘제(春節 · 설날)는 14억 인구가 대이동하는 중국 최대 명절이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춘제는 단순한 명절을 넘어 수천년 중국문화가 녹아들어간 중화문명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집 대문에는 ‘춘련’(春聯·복을 기원하는 문구)이 나붙었고 거리에는 붉은색 덩룽(燈籠)이 불을 밝히고 폭죽이 터트려진다. 백화점 등 쇼핑가는 대목을 맞아 흥청대고 전국의 관광지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반면 극심한 교통대란 등으로 귀성 공포족들이 늘어나고 부부싸움도 잦아지는 것도 춘제의 풍속도다.
▶대륙이 축제분위기로 들썩=춘제가 다가오면 버스터미널, 공항, 기차역은 말 그대로 사람과 짐으로 움직일 공간조차 없다. 당국이 추산한 올해 춘윈(春運 설 연휴 운송·1월26일~3월6일까지 총 40일)기간 이동인구는 연인원 34억700만명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귀성표를 살 돈이 없거나 미처 구하지못한 가난한 농민공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으로 떠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오토바이에는 보통 2명이 타지만 아이를 중간에 태우고 가는 경우도 많다.
날씨가 궂으면 싸구려 여인숙에 들어가고 날씨가 좋으면 길에서 눈을 붙인다. 춘제기간 동안 오토바이로 고향에 가는 농민공 수는 광둥(廣東)성에서만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생 끝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명절 분위기가 고조된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밤늦게까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퇀위안판(團圓飯)’을 즐긴다. 퇀위안판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는 뜻으로 돼지고기, 만두, 닭고기, 생선 등이 주된 메뉴다.
또한 중국중앙(CC)TV를 통해 전역에 방영되는 설 특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춘제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춘완)’를 시청하며 새해를 맞는다.
새해가 되면 집안에는 녠화(年畵)라는 그림을 붙이고, 대문에는 춘롄과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며 복을 기원한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시단(西單), 중관춘(中關村) 등 쇼핑센터와 전자상가가 밀집한 유통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설 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올해는 물가가 오르고 중국의 새 지도부가 관료사회에 검약을 강조하면서 춘제 특수가 예년만큼 못하다는 평이다.
전국의 관광지도 사람으로 넘쳐난다. 귀성전쟁을 치러가면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국은 연휴기간에 2억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관광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폭죽으로 잠 못 이루는 중국=중국의 새해는 폭죽 소리와 함께 열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포성에 가까운 폭죽 소리가 터져나와 마치 전쟁터에 나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낮에는 소리만 요란한 폭죽을 터뜨리고 저녁이 되면 불꽃놀이와 같이 화려한 폭죽들이 터진다. 이 폭죽 터뜨리기는 섣달 그믐날이 절정이지만 정월 대보름까지 보름동안이나 계속된다.
액운을 떨쳐내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의미에서 폭죽놀이를 즐기지만 부작용도 적지않다. 폭죽으로 인한 소음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데다 폭죽으로 인한 각종 화재나 화상 등 재해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한해 수입의 절반을 폭죽을 사들이는데 쓰는 사람도 많다.
폭죽과 관련해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형사고는 터졌다. 허난(河南)성에선 지난 1일 폭죽을 싣고가던 화물차가 고속도로 교각을 지나다가 폭발하면서 교량이 무너져내려 최소한 5명이 숨졌다.
더구나 올해는 스모그가 유독 심해지자 아예 폭죽 사용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폭죽놀이가 일종의 ‘배출구’ 역할을 하고있어 단절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귀성 공포족도 늘어=반면 귀성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도 점점 늘고있다. 고향 가는 길이 너무 고생스럽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증권사에서 일하는 구이저우(貴州)성 출신의 둥리리(董麗麗·26)에겐 귀성은 커다란 두통거리다. 베이징에서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까지 기차로 30시간이나 걸리고 기차역에서 집까지는 차로 3시간 또 걸린다.
콩나물 시루같은 기차를 타다보면 체력이 다 소진된다. 7일간의 휴가 중 4일은 이동하는데 날아가 버린다. 결국 그는 고민끝에 이번에 귀성을 포기했다.
세뱃돈 등으로 지출이 너무 많은 것도 귀성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베이징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쑨민(孫民·40)의 월수입은 8000위안(약 140만원). 춘제를 보내면 ‘적자’로 돌아선다. 친가, 처가 등 양가의 조부모와 부모, 가까운 친척들에게 주는 선물이나 새뱃돈을 챙기다보면 어느새 2만위안(약 348만원)이 훌쩍 지출되어 버린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중국의 독생자 인구가 약 2억명에 이르면서 이른바 ‘4·2·1 가정’(외아들, 외동딸끼리 결혼해 조부모 4명, 부모 2명, 자식 1명을 부양해야하는 가정)의 수가 급증하면서 챙겨야할 식구가 많다는 얘기다.
노처녀, 노총각에게도 명절은 스트레스다. ‘결혼하라’는 부모의 걱정과 잔소리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신여성에게 남자친구를 잠깐 임대해줘 부모님의 격정을 덜어주는 특별상품이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하루 비용은 2000위안(약 35만원) 정도로 함께 성묘를 하게될 경우 가격이 추가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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