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몇천원도 ‘사회통념’ 어긋날땐 위법

명절 때마다 펼쳐지는 화투판. 흥이 더해지려면 ‘내기’를 해야 한다는 이구동성에 밥값내기나 100원짜리 동전이 오갈 때도 있지만 간 큰(?) 사람들은 판 돈을 키워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그럼 화투판의 내기는 어디까지 오락으로 인정되고, 어느 선이 도박으로 몰릴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도박범으로 경찰에 입건될 수 있는 판돈 규모는 20만원 이상이다. 여기서 판돈 개념은 화투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꺼내놓은 돈의 합을 말한다.

이를 테면 ‘테이블 머니’다. 다만 ‘사회통념’에 어긋날 경우 단돈 몇 천원내기의 화투판도 위법이 될 수 있다. 경찰청 도박사범수사 매뉴얼은 10만~20만원까지는 입건없이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즉결심판할 수 있고, 10만원 미만일 때는 훈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사회 통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범죄를 저질렀을 때 벌금 수준인 20만원으로 정해 놓고 도박사범을 단속하고 있지만, 이는 참고 사항만 될 뿐, 도박을 한 사람의 직업, 경제적인 상태, 상습여부 등이 감안된다”며 “사회 통념에 어긋날 경우 단 몇 천원의 판돈으로도 입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형법 246조는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시적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는 예외로 하고 있다. 법원은 ‘일시적 오락’ 여부를 판단할 때 도박자의 직업, 사회적 지위, 범죄 전과 등을 그 근거로 활용한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011년 4월 점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혐의로 기소된 A(69) 씨 등 3명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판돈이 적은 점, 본인 또는 가족이 소득이 있는 점, 도박 전과가 모두 경미하고 오래된 점 등을 종합하면 오락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판돈이 작다고 안심하면 금물이다. 지난해 11월 6000원의 밥값내기를 하다 적발된 경찰관 B 씨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구대 팀장으로서 모범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내 주민들과 도박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경찰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소청심사위가 감봉 2월로 감경 처분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