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정글의 법칙’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김병만의 “목숨을 감수할 정도로 진심을 다했다”는 해명과 제작진의 의혹에 대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지난 5일 박보영의 소속사 김상유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정글에 법칙’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SBS와 김 대표는 7일 이에 대해 해명 입장을 밝혔지만 한 번 불붙은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사이버수사대를 방불케 하듯 누리꾼들은 조작 논란을 뒷받침하는 온갖 증거 자료들을 찾아내 쏟아냈다.
증거 자료를 통해 방송에 소개된 정글 탐험이 일반인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코스임이 밝혀졌다. 베일에 싸인 야생 부족으로 묘사된 아마존 와오라니 부족도, 시베리아 네네츠족도 관광 투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오지마을 사람들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정글의 법칙’ 팀이 다녀온 장소를 여행한 외국인들의 후기까지 번역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올라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SBS는 “문명화되지 않는 원시 부족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출연진의 안전을 위해 현지 전문가로부터 코스 선정에 도움을 받는다”며 “약 3주간 진행되는 해외 원정촬영 기간에는 출연진이 음식을 마음껏 먹고 쉬는 휴식기간이 포함된다”고 밝혔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다큐멘터리 수준의 리얼리티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동정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간 ‘정글의 법칙’은 정글과 혹한의 시베리아 등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프로그램임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다큐멘터리라고 여긴 시청자들도 상당수였다. 리얼리티를 표방한 예능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시청자들의 배신감도 컸다.
13일 오전 ‘정글의 법칙’ 을 연출한 이지원ㆍ유윤재ㆍ정준기 PD는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에 나섰다. 이지원 PD는 “진정성을 가릴 수 있는 과장된 편집과 자막을 지양하겠다”며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무언가를 향한 갈망은 그 무언가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들의 리얼리티에 대한 갈망은 진실성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 상처받은 마음을 ‘힐링’하기 위한 반작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을 통해 시청자들의 ‘힐링’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진실성과 관계없이 배반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연출이 불가피한 예능과 연출을 피해야 할 다큐멘터리의 경계선 설정에 대한 의문만이 숙제로 남았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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