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일 화성사업장의 불산가스(불화수소)가 외부에 누출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외부 누출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CCTV 비공개 등 여러 정황과 맞물려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사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중화제 처리를 한 후 불산이 검출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송풍기를 틀었기 때문에 외부 누출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도 대기질을 정밀측정한 결과 화성사업장 인근지역은 불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 불산은 49% 희석액이라 끓는점이 섭씨 106도”라며 “물론 자연상태에서도 증발은 일부 있지만 시간이 걸리고 미미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번 구미에서 유출된 불산은 희석되지 않은 100% 불산으로, 약 19.5도에서 그대로 기화되기 때문에 확산이 컸지만 이번 화성사업장 불산은 기화되기가 어려워 외부 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산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화성사업장 화학물질 탱크룸 내부의 CCTV를 공개하지 않는 등 삼성전자의 일련의 행동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사고 당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등 3~4명이 대형 송풍기를 틀어 탱크룸 내 불산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고 이후 삼성은 “탱크룸 내 누출된 불산가스는 모두 처리시설로 모아져 처리됐다”며 “외부 누출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시 삼성이 불산가스를 의도적으로 탱크룸 밖으로 빼내 내부를 정화시키면서도 당시 근무중이던 직원들이나 인근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져 의혹을 사왔다.

불산이 외부로 누출됐다는 의혹은 사고 당시의 일련의 사건을 시간대로 파악해보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당시 오전 6시께 삼성이 불산가스를 탱크룸 밖으로 빼냈으나,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한 시각은 9시간 후인 오후 2시 40분께다. 삼성 측은 “경황이 없어서 신고를 늦게 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두고 외부 누출을 감추기 위해 시간을 끈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또 불산 누출량을 “탱크 아래 밸브에 약간 묻어날 정도”라고 밝혔지만 탱크룸 안에 불산가스가 가득 찼다는 정황에 비춰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 작업자들은 “임시로 막아놓은 비닐봉투에 불산용액이 가득 차 흐를 정도로 누출됐고, 탱크룸 안은 불산가스로 뿌옇게 돼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이후 “협력업체인 STI서비스의 박모(34ㆍ사망)씨가 방재복을 입지 않고 작업했다”고 밝혔지만, 그는 1차 보수작업과 3차 보수작업 때 6시간여에 걸쳐 방재복을 입고 보호장구를 착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방재복을 입지 않았던 시간은 2차 보수작업 때인 단 8분여 뿐이었는데, 삼성의 이 같은 발표는 산재사고를 개인 실수로 치부하는 모양새가 됐다.

삼성은 특히 이 모든 의혹을 풀 실마리가 될 CCTV 자료에 대해 아직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혹을 깊게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CTV에는 뿌연 연기처럼 보이는 성분이 가득찬 모습이 촬영됐고, 송풍기를 틀었던 시점인 지난달 28일 오전 4시40분에는 뿌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CCTV만으로는 뿌연 연기 성분이 불산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CCTV에 나타난 뿌연 연기의 성분과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모든 내용은 조사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