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이나 되는 녹화가 끝날 때까지 아이돌 150여명이 잠도 못자고 사실상 갇혀(?) 있었어요. 경기에서 져도 응원하는 모습이 잡힐 수 있으니까 나갈 수가 없는 거죠. 애써 촬영했는데 통편집을 당해도 저희는 아무런 말도 못해요.”
아이돌 가수가 소속된 한 기획사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MBC의 설 특집 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가 무성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50여명의 아이돌이 총출동해 지난 달 28일 22시간 릴레이 녹화가 이뤄졌지만, 방송시간은 2시간30분에 불과했다. 방송이 나가자 당시 녹화현장에 참석했던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통편집된 것에 거세게 항의했고, 담당 PD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경기를 하다 보니 녹화시간이 길어졌다”고 사과했다.
지난 2010년 추석 때 처음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당시 1ㆍ2부 시청률이 각각 15.3%, 14.2%를 기록했고, 2011년 설 특집에선 각각 18.7%, 17.6%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신인 아이돌에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다 출연을 거부할 경우, 방송사의 각종 프로그램 섭외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녀시대와 빅뱅 등 톱 아이돌 일부를 빼면 대부분 출연했다. 하지만 2011년 추석 특집 때는 시청률이 10.1%, 12.4%로 하락한데 이어 이번 설에는 1부만 편성됐고, 시청률도 8.6%로 급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이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있고, 부상의 짐은 해당 아이돌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육대’에선 매번 부상자가 속출했고, 지난해 KBS ‘출발드림팀’ 녹화에 참여했던 한 아이돌그룹 리더는 발목이 부러져 1년 가까이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음원시장에서 아이돌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예능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아이돌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악용해 아이돌을 혹사시키는 것은 방송사의 과도한 횡포다.
장연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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