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인류의 구원자인가, 국민을 두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권력의 화신인가. 우스꽝스러운 권력놀음을 벌이는 광대인가, 정의ㆍ진리ㆍ공익을 위해 몸을 내던진 의인인가. 영화나 드라마는 대통령을 어떻게 그려왔을까?
대통령은 어떤 장르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액션영화에선 영웅이다. 할리우드 영화 ‘에어포스 원’과 ‘인디펜던스 데이’에선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군대를 지휘하며 테러리스트를 무찌르고 외계인의 침입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 망토만 두르지 않았지 이쯤되면 베트맨이나 아이언맨급은 되는 슈퍼히어로다. 심지어 최근 개봉한 ‘링컨: 뱀파이어 헌터’에선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럼 링컨이 원래는 ‘흡혈귀 사냥꾼’이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펼친다. 한국영화에서는 외교에서 당당하게 자주권을 행사해야 영웅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는 장동건이 강경 외교 노선을 가진 젊고 잘생긴 대통령역을 맡았고, ‘한반도’에선 안성기가 최고 지도자가 돼 일본과 군사적 대결에 나선다.
호쾌한 액션의 공간을 뒤로 하고 베일 뒤의 세계로 들어서면 대통령은 어둠의 제왕이 된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화신이다. 정치의 악마적 본성에 혼을 판 ‘조커’다. 주로 선거 과정에서의 음모, 배신, 협잡, 스캔들, 복마전을 그린 작품에서 나타나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조지 클루니가 완벽한 외모와 가족, 학력을 갖춘 급진적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풍을 일으키지만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악마’의 한 수를 둔다는 내용의 ‘킹 메이커’나 역시 선거 기간 중 유력 후보의 성추문을 소재로 한 ‘프라이머리 컬러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영화로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를 그린 작품으로 꼽힌다.
현실의 쓸쓸한 이면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에서 대통령이란 정치라는 가면극에서 부질없고 우스꽝스러운 권력놀음을 하는 광대다. 극우 성향인 가수 출신의 재력가 후보가 밑도 끝도 없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 하나와 유세마다 노래를 부르는 쇼맨십 덕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내용의 ‘밥 로버츠’가 손꼽힐만한 풍자코미디다. 한국영화로는 추문과 음모로 얼룩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사건을 그린 ‘그때 그사람들’을 들 수 있다.
대통령이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로서 그려질 때는 휴먼드라마에서다. 불의에 엄격하고 약자에 따뜻한 위정자다. 대리로 내세운 가짜 대통령이 진짜보다 훨씬 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갖춰 간다는 내용의 ‘데이브’가 그렇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출신의 이상주의자인 민주당 대통령을 내세운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이나 흑인 대통령을 주인공을 한 ‘24’, 강력한 여성 대통령을 그린 ‘커맨더 앤 치프’ 등도 인간적인 지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을 연인으로 그린 로맨스 영화로는 외화 ‘대통령의 연인’과 한국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 있었다.
그럼 우리 정치현실은 액션일까, 스릴러일까, 로맨스물일까, 블랙코미디일까, 휴먼드라마일까. 현실 속 대통령, 투표할 땐 화려한 판타지, 퇴임할 때는 엄혹한 ‘다큐’ 혹은 웃기는 코미디가 아닐까.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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