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본 뒤 자리에서 뜰 수 없었다
- 간단한 아이디어로 시작 예술 작품 승화 - 특유의 몰입감과 선택 활용한 메시지 전달 강점
게임은 예술일까. 틀에 박힌 게임들이 쏟아지는 요즘 게임의 정체성을 두고 설왕설래한다. 일각에서는 '중독성'과 '폭력성' 등 일부분을 볼모로 삼아 단순 유흥거리로만 치부하지만, 알고 보면 작품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인디게임 분야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금주 인디게임 특집에서는 게임이 예술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인디 게임들을 담아 봤다. 게임은 유저가 작품의 소재를 조작해, 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장르다.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 할 때 비로소 개발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일방성을 띄는 영화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진행되는 반면, 게임은 반드시 유저가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로 인해 게임은 독특한 장르를 구성하게 된다. 특히 유저가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시스템으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점이 보다 대중적인 예술로서 가치를 만들어 낸다.
▲ 뉴욕시에 위치한 현대 미술 박물관 (Musium of modern art) 홈페이지
미로 찾기에 담은 인생 여행뉴욕시에 위치한 현대 미술 박물관(Musium of modern art)은 오는 2013년 3월 부터 게임을 건축물 조형과 디자인 콜렉션의 일환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자 현대 미술 박물관 건축 부분 수석 큐레이터인 파울로 안토넬리 씨는 "비디오게임은 상호작용을 하는 디자인의 우수한 예로서 선택했다"고 전시 이유를 밝혔다. 현대 미술 박물관은 이어 '팩맨', '테트리스', '슈퍼마리오'등 다수 게임들을 전시물로 채택한다고 공표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들 사이에 유독 낮선 이름 '패시지(Passage)'가 눈에 띈다.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는 미래를 의미하는 오른쪽과 과거를 의미하는 왼쪽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수명을 의미하는 숫자가 끊임 없이 흘러 나간다. 한 칸 움직일 때 마다 유저의 수명은 올라가고 점차 나이가 들어 간다. 게임을 진행해 나가면서 배우자를 만나고 인생 속에 내포된 각종 이벤트를 거쳐 나가면서 통로를 뚫고 전진한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오로지 유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떤 방향으로 길을 걷느냐에 따라 배우자를 만나거나 아이를 얻고, 이벤트를 겪는다. 혹은 아무런 장애물이 없이 탄탄한 대로를 그냥 걷기만 할 수 있다. 혹은 길을 가다 지나친 이벤트를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뒤로 걸아갈 수 수도 있다. 친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게임을 개발했다는 개발자는 아마, 친구가 마땅히 누렸어야 할 인생을 게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기다림의 미학올해 초 아머드게임을 통해 공개된 '400 years'는 기다림의 미학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모아이 석상을 연상케 하는 돌덩이가 400년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이 돌 인 만큼 게임은 느긋하다. 배경 시간은 무척 빠르게 돌아가지만, 주인공은 천천히 움직인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 넘기기'다. 시간 넘기기 버튼을 누르면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계절이 넘어 간다. 1초 남짓한 시간 동안 1년이 흐른다. 인간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돌에게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이를 활용한 독특한 퍼즐들이 눈에 띈다. 예를들어 길을 걷다 보면 연못에 가로막혀 길을 건널 수 없는데, 이 때 시간넘기기 버튼을 누르면 겨울로 바뀌고 빙판으로 변한 연못을 넘어갈 수 있는 식이다.
▲ 석상에게 기다림이란 어떤 의미일까. 게임을 진행할 줄 몰랐던 기자는 400년 동안 물속에서 기다리면서 그대로 게임 오버되는 바람에 게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곤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높은 곳에 위해 씨앗을 심고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자리에서 기다린 다음, 비로소 다 자란 나무를 타고 옆 지역으로 넘어간다. 기껏 심어놓은 나무를 인간이 베어가서 또 다시 40년을 기다리지만, 이번에는 나무를 쓸 인간을 위해 나무 세 그루를 심는다. 게임에서 '400년'의 의미는 인간의 발전, 이기와 함께 자연의 희생을 그린다. 짧은 시간 동안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정적인 음악과 한편의 시를 연상케 하는 작가의 문구 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몽환적 세계로의 여행2006년 하반기 한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가 게임을 발표한다. 게임명은 'LIMBO'. 오로지 흑백으로만 구성된 이 작품은 당시 충격적인 비주얼을 가진 게임이라며 전문가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그리고 만 5년이 지난 2011년 8월에서야 작품은 완성돼 일반에 출시된다. 이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LIMBO'는 명작 반열에 오른다.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막막하다. 검은 배경 속에 꼬마 주인공이 홀로 서 있다. 오로지 게이머적 감성에서 점프를 해보고 앞뒤로 달려보면서 어둠에 의지해 앞으로 나가다 보면 빛이 보인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왜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살아야 하는 거지?"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꼬마 여자애, 유일한 단서를 찾아 험난한 장애물과 길을 넘어 게임은 진행된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한 압박감 속에서 유저가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게임을 끄거나 엔딩을 보는 것 뿐이다.
▲ 게임이 종합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를 명백히 설명해주는 게임이다. 모 해외 웹진의 말을 들어, 광기 어리고 엽기적인 천재가 만든 불편하지만, 훌륭한 작품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겪는 수많은 변수들 중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엔딩은 천차만별로 갈린다. 알고 보면 그저 악몽일 뿐이었을 수도 있고, 알고 보면 여동생을 구하러 떠난 모험일 수도 있다. 게임이 출시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흑과 백 만으로 표현 가능한 세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몽환적 분위기의 OST만으로도 전문가들은 최고의 게임으로 평가 한다. 게임이 끝난 뒤 후유증에 시달리는 유저들의 다양한 소감으로도 더 유명한 작품이다.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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