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국경을 넘어 주변국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 스스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시급하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반일(反日)’보다 건강과 생명이 더 소중한 것일까. 일본 제품 불매 바람이 불고 있는 중국에서 일본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샤프의 공기청정기 판매대수는 전년동월 대비 3배, 파나소닉은 배나 각각 급증했다. 나아가 두 회사는 중국 공장의 증산을 결정했다. 공기청정기의 보급률이 낮아 시장잠재력이 큰 데다 품질 좋은 일본 제품의 인기가 좋아 판매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해군이 일본 함정에 공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사건으로 중ㆍ일 관계가 살얼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일제 공기청정기 ‘대박’을 일으킨 주범은 ‘PM 2.5’라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도 안 되는 초미세 먼지다.
이른바 ‘살인 스모그’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말 베이징의 PM 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20배를 넘겼다. 설이었던 지난 10일 새벽에는 폭죽놀이로 인해 베이징의 PM 2.5 농도는 최고 1000㎍/㎥까지 치솟기도 했다.
PM 2.5의 성분은 대부분 황산염이다. 이 먼지는 입자가 미세하기 때문에 폐는 물론이고 혈관까지 들어가 버린다. 천식, 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 마시면 폐암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살인물질’이다.
한국의 카이스트에 해당되는 중국공정원 소속 중난산(鐘南山) 원사는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오염으로 지난 10년간 베이징의 폐암 환자가 60%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PM 2.5를 만든 가장 큰 주범은 석탄이다. 엄청난 양의 석탄을 적절한 배기가스 처리 없이 연소시키고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두 번째는 석유다. 석유제품의 황 함유량을 빼주는 탈황시설을 갖춘 정유사들이 없어 중국의 자동차와 트럭이 ‘독가스’ 제조설비가 됐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문제는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국경을 넘어 주변국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겨울에는 대기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주변국에 미치는 피해는 억제됐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편서풍이 부는 봄이 되면 바람을 타고 대량의 오염물질이 한국이나 일본으로 날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고비사막에서 시작되는 황사까지 더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황사의 시기가 길어져 5월 말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원인을 제공한 중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사실 중국 스스로 단기간 효과를 낼 수 있는 해결책이 없다. 오염개선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장기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의 일본 대사관에서 현지 주재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스모그 설명회를 열었고 베이징에 의료단까지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일본 환경부는 초미세 먼지 측정장비 증설, 경보체제 강화 등 긴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환경오염개선 기술까지 지원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했다.
한국에 견줘 훨씬 공기가 맑다는 일본도 이렇게 나서는데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중국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국 정부 스스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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