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할리우드 프로젝트 ‘스토커(Stoker)’가 첫 선을 보였다. 18살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면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분)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다루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파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사회의 윤리, 도덕, 종교에 대한 의문을 통해 캐릭터를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음으로써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면을 드러내왔다.

‘스토커’ 역시 박찬욱 감독의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극중 스토커 가(家)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유혹, 사회적 윤리와 본능에 대한 질문을 담아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게 된다.

영화의 네 번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스토커 가 저택은 지난 1920년에 지어진 건물로, 고풍스러운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커다란 정원이 딸려 있는 언덕위의 대저택으로, 지하 저장고 등도 함께 있는 곳이다.

인디아를 비롯한 이블린(니콜 키드먼)과 찰리(매튜 구드) 등은 하나의 거대한 새장과도 같은 저택에 갇혀 있다. 그 덕에 따뜻하고 편안함을 가져다 줘야 할 그곳은 감옥과도 같은 답답함을 안겨준다.

고요했던 스토커 가에 퍼지는 적지 않은 파문으로, 아직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한 인디아의 심경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고요하게, 하지만 서늘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시각적 은유를 통해 강렬한 영상미를 담아내던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인물 관계가 세밀하게 담겨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이 앵글이나 조명의 반복을 피할 수 없지만, 그는 이를 이용해 집안 구석이나 틈을 통한 효과적인 활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토커’의 고요하면서도 섬뜩한 장면은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미지수다. 또한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발견해내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박찬욱 식 전개’에 관객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박찬욱 감독만의 방식과 주제가 할리우드에 안착한 영화 ‘스토커’는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인정 받고 있다.

열여덟 살 소녀가 어른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외-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룬 ‘스토커’는 오는 2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