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4위를 찍은 대림산업의 작년 4분기 성적표가 23일 공개됐습니다. 매출은 2012년 4분기대비 19%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3196억원 적자입니다. 연간 실적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매출은 9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396억원에 그쳤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 줄었습니다. 이익은 92%나 감소했죠. 당기 순손실도 103억원이 났습니다.

이날 오후부터 언론들이 제목마다 ‘대림산업, 어닝쇼크’ 문패를 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어닝쇼크, 사전적 의미로는 맞습니다. 예측치와 실제가 많이 달랐고, 실제 성적도 1년새 안 좋아져서입니다. ‘쇼크(shock)’쓴 것도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대림산업의 ‘관리 능력’이 부족해서 쇼크가 난것 같진 않습니다. 작년 연간 부채비율은 123.8%에서 121.3%로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빚이 줄었단 뜻입니다. 게다가 이 정도 부채비율은 국내 건설사 중 사실상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두 곳 뿐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먼저 숫자 측면에서만 보겠습니다. 이건 부채감축의 직접적 원인입니다.

▶ 매출 줄면서 부채도 줄어…나름의 ‘실속영업’? =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줄어든 게 대림 입장에선 독이 아니라 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장사를 하려면 외부에서 부품이나 자재를 사들입니다. 이때 외상매출채권같은 일종의 ‘빚’을 냅니다. 이건 실제로 번 돈이 아니라 나중에 갚을 돈이 됩니다. 이런 부분도 장부상 매출로 잡힙니다. 장사를 덜 했으니 사들인 것도 줄었겠죠. 빚을 더 안 내도 됐단 얘깁니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매출이 줄면서 부채가 같이 감소한 측면이 컸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매출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같이 내리막을 탔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외부변수에 좀처럼 휘둘리지 않고 나름대로 정상적인 장사를 했단 뜻입니다. 어떤 기업들은 매출이 늘면서도 영업이익은 쪼그라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원인엔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환율이나 파업같은 외부변수에 많이 휘둘렸단 의미입니다.

어쨌든 외형(매출)이 줄었으니 장사를 못한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장사를 하진 않았단 뜻입니다.

이제 숫자 외적인 부분을 볼까요.

▶ 리스크관리, ‘털 건 털고 간다’ = 이는 그때 그때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경영환경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대림산업 특유의 기업문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스레 빚을 더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연결된 것이죠.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는 특히 4분기 영업이익 감소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알보고니 여기엔 내부 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요소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작년 하반기의 일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대림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에서 수주해 시공하는 쇼아이바 발전소 공사 중에 사고가 났습니다. 기자재를 싣고 현장으로 가던 배가 침몰한 것입니다. 이 기자재는 발전소 건설의 핵심부품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현장 전체가 올스톱했고, 공기는 4∼5개월가량 늦춰졌습니다.

여담 하나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보통 국가 간 물품거래 도중 수송 선박이 침몰해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고이기 때문이죠. 한국발(發) 수출의 경우엔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섭니다. 전액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보상 가능합니다.

기자는 대림산업의 사례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알아봤습니다. 보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발주처인 사우디전력청이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합니다 계약서 상 명시된 항목이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했다. 어쨌든 ‘들어올 돈’이지만 ‘들어온 돈’은 아니라서 현재는 이 부분을 0으로 처리한 상태다”

들어올 돈을 예상해 플러스로 잡은 게 아니라, 일단 손실로 잡고 봤다는 겁니다.

이를 포함해서 대림산업이 작년 4분기에 들인 추가비용은 총 5359억원입니다. 여기엔 해외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3개현장(쇼아이바 발전소, 사다라 석유화학 플랜트, 쿠웨이트LPG플랜트)의 비중이 큽니다. 이 중 1323억원은 준공시점까지 예상되는 손실을 대손처리했습니다. 공사손실충당금을 4분기에 앞당겼단 의미입니다.

24일 현재 증권가에서도 조심스레 이 회사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데다, PB(폴리부텐) 등 유화사업의 손익개선 등을 감안해 투자의견 ‘매수’를 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회계담당자는 “요즘같은 때 120%대의 부채비율을 아무 건설사나 유지하는 게 아니다. 해외현장 원가율 88%도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대림산업을 평가했습니다.

어떤가요? 4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쳤고 연간 이익도 10분의1로 줄었지만, 이정도면 이 회사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갈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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