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국민간식’ 소비자 인식 싱글족 등 1인 가구 증가 영향 올해 시장규모 7000억원 전망 농심 등 빅4 주도권 다툼 치열
치킨볶음밥·상하이짬뽕밥 등 간편하고 맛깔스러운 컵밥 새 블루오션으로 급부상
#1. 고교생 박진호(17) 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컵라면 마니아로 통한다. 공부할 때나 친구를 만날 때 배가 출출하다 싶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곤 한다. 집에서 밥 대신 컵라면을 찾을 때도 많다. 박 군의 어머니는 컵라면을 좋아하는 박 군을 위한 간식으로 각양각색의 컵라면을 준비할 정도다.
#2.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취업을 위해 1년째 서울 노량진 인근 A 고시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형민(가명ㆍ27) 씨는 컵밥을 자주 먹는다. 그는 얼마 전까지 학원가 길목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컵밥을 사먹었지만 최근엔 편의점 컵밥을 이용한다. 김 씨가 컵밥을 즐겨 먹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신속하게 한끼를 때울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기 때문이다.
박 군이나 김 씨처럼 간편성을 이유로 컵밥이나 컵라면을 즐기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컵라면이나 컵밥 사업을 강화하는 식품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컵라면은 해마다 편의점에서만 2만개 이상씩 불티나게 팔리면서 라면시장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최근 불닭면, 하모니 등 다양한 신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컵라면시장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과거 즉석밥들은 파우치형 냉동 볶음밥류나 일반 쌀밥류 등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컵 형태의 국밥이나 덮밥, 볶음밥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컵의 전쟁’에 빠져들고 있는 식품시장을 들여다봤다.
▶국민 간식에서 다이어트 대용식까지…컵라면시장 주도권을 잡아라=컵라면시장은 2009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엔 6600억원을 찍었다. 올핸 7000억원을 점치고 있다.
컵라면시장은 지난 1982년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을 신호탄 삼아 매년 성장세를 달렸다. 지난해 컵라면은 전체 라면시장(2조원)의 33%를 점유했다. 30%를 기록한 지난 2010년보다 3%포인트 올라간 비율이다.
라면시장이 수년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상승세라는 게 라면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컵라면의 인기가 꾸준한 비결은 간편식을 선호하는 싱글족이나 나들이족이 늘어난 데다 컵라면의 맛과 종류가 한층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당 1000원 안팎하는 저렴한 가격과 ‘컵라면=간식’이란 소비자 인식 변화도 컵라면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컵라면은 ‘큰사발면’ ‘사발면’ ‘컵면’ ‘비빔면’ 등 수십종에 달한다. 여기에 곰탕, 부대찌개, 스파게티, 짜장 등 식재료나 맛 타입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최근엔 다이어트족을 위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이나 다이어트 컵라면 등 기능성 제품까지 나왔다.
컵라면시장은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4대 라면업체 간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컵라면시장의 66.6%를 점유한 농심은 1위 수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육개장 사발면’을 비롯해 ‘신라면컵’ ‘새우탕큰사발’ 등 10여종의 브랜드를 보유했던 농심은 최근 ‘신라면 블랙컵’ ‘하모니’ 등을 추가하며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마이너리거의 추격 작전을 봉쇄하고 나섰다.
지난해 삼양식품을 제치고 라면업계 2위 자리에 오른 오뚜기(시장점유율 16.5%)는 컵라면시장에 강한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콕콕콕’ 시리즈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시장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려잡았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뚜기네 라면이야기’ 페이스북 캠페인 등 SNS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컵라면시장 1위 농심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팔도(10.2%)도 ‘비빔면’과 최근 출시한 ‘불낙볶음면’을 쌍두마차로 앞세워 컵라면시장을 공략한다는 야심이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 등도 전개할 방침이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 팀장은 “‘싱글족, 나홀로족’이라고도 불리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컵라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컵라면시장이 올해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업체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간편하게 그리고 맛깔스럽게…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컵밥시장=컵 형태의 즉석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컵밥은 조리가 간편할 뿐 아니라 반찬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는 간편성 때문에 식사대용으로 인기 상한가다. 지난해부턴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컵밥이 등장하며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2년 100억원이던 컵밥시장은 지난해 300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올핸 500억원을 넘보고 있다. 현재 컵밥시장은 대상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비락 등 식품 4가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중 컵밥시장에 공격적인 곳은 ‘영원한 맞수’ 대상과 CJ제일제당이다.
대상은 올해 초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성에 맞춰 ‘상하이짬뽕밥’ ‘사골미역국밥’ ‘얼큰육개장국밥’ 등 3종의 ‘청정원 큰컵국밥’을 출시, 컵밥을 총 7종으로 늘렸다. 사상길 대상 M1그룹장 상무는 “청정원 큰컵국밥’은 겨울시즌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46% 늘린 게 특징”이라며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60억원보다 배 늘어난 12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하반기 ‘치킨볶음밥’ ‘새우볶음밥’ 등 총 2종으로 구성된 ‘프레시안 볶음밥’으로 컵밥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50억원보다 배 많은 100억원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올해 신제품을 추가 출시하고, 편의점 유통망과 광고 판촉도 강화할 방침이다.
‘밥맛의 비법’으로 컵밥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삼양사와 비락 등도 경쟁력 강화 작전에 들어갔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도 계획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CJ제일제당 한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스타일리시한 간편식을 즐기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컵밥은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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