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중동순방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적절한 시기에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와, 중동 붐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재탕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과 중동지역의 경제를 연계해 투자하는 펀드(한국-GCC 경제협력 펀드, KGF) 운용자로서, 대통령 순방이 한국 경제성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거론됐던 제2의 중동 붐은 1970~80년대 중동 건설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건설ㆍ플랜트 업체들로부터 흘러나온 구호였으며, 지난 몇년간 과당경쟁으로 우리 건설업계에 뼈아픈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 중동 붐은 이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포스트오일 시대를 고민하는 GCC(걸프협력회의) 각국들은 소비재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다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GCC에서 잘 알려진 국가다. 건설ㆍ플랜트는 물론 휴대폰ㆍ카메라ㆍ자동차ㆍ에어컨 등의 코리아 브랜드는 가격 대비 고품질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 수준의 ITㆍ신재생에너지ㆍ의료 등 기술을 갖고 있다. 중동을 순방한 사람들은 우리의 다양한 산업분야가 GCC 국가들의 수요와 결합될 수 있는 기회를 봤을 것이다.
석유 한 방울도 안 나는 한국에서 정유 관련산업이 발달했고, 석유가 펑펑 나오는 중동에는 이런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것이 중동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KGF를 운용하면서 석유 유관산업 부문인 BOPP(식품포장ㆍ테이프ㆍ건부자재용 등에 쓰이는 필름)를 첫번째 투자대상으로 선택했다. 한국은 시장도 좁고 중국에 밀려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인데, 쿠웨이트에서는 새로운 산업분야로 BOPP 공장을 설립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BOPP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8%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원재료가 되는 PP의 가격도 전 세계에서 중동이 가장 싸다. 그런데 기술과 인력이 없다. KGF는 쿠웨이트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쿠웨이트에 BOPP 제조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대통령 순방길에 MOU를 체결했다. 전기료가 싸고, 단순인력 인건비가 싸고, 원재료비가 저렴한 GCC로 거점을 이전한다면 한국의 제조업은 중동지역에서 다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활발한 노동자 유입과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GCC에 한국 서비스업의 진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
중동의 부자나라들은 이제 제품과 기술,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려고 한다.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투자를 통해 공동으로 위험과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은 한국 경제를 리드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이다.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고도의 산업발전은 우리 금융이 성장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토양이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금융자본의 투자활동을 큰 틀에서 과감히 확대하자. 투자 동반 없는 해외진출이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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