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다음주초로 예정된 기획재정부의 연말정산 분석결과 및 보완대책 발표를 앞두고 세종 정부청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초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연말정산 파문이 이번 발표를 계기로 가라앉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지난 2개월여 동안 기재부는 언론을 상대로 ‘해명 전쟁’을 벌였다. 언론에서 연말정산 결과에 대한 직장인들의 항변 등을 보도할 때마다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쏟아냈다. 하루에도 몇 건씩 거의 매일 반복됐지만, 기재부는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보도내용에 대한 부인과 함께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연말정산 분석을 마친 후 종합대책을 통해 밝히겠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사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1600만 납세자들이, 세금 납부내역에 대한 방대한 분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법도 복잡해 일반인이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들, 납세자들은 엄청난 학습을 했다. 정부를 믿고 ‘가만히 있다’가는 ‘새의 깃털을 뽑아가듯이’ 자신의 소득을 세금으로 빼내간다는, 슬프고도 불행한 교훈도 얻었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은 ‘증세가 아니다’는 정부 주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실제 연말정산 결과 일부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자 불신이 싹텄고, 납세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아무말 없이 납부했던 자신의 세금명세표를 되돌아보았다. 독신자나 다자녀, 교육비나 기부금 공제 등이 빠지거나 줄어 중위소득 이하에서도 세금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자 ‘꼼수증세’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이제 이러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됐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심화하고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여기에 적합한 조세정책과 복지제도의 틀을 짜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번 연말정산 종합 발표는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재부가 최소한 세 가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첫째는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이후 소득구간별 최종 결정세액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여부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환급액이나 추가 납부액 또는 세금 감면 규모가 아니다. 그 동안 이에 대한 복잡한 논란이 일면서 본질이 흐려진 측면도 있다. 소득구간별 최종 결정세액의 변화를 밝힘으로써 세제개편이 증세였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전체 세 부담 증가액이 당초 추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식의 책임회피성 해명으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둘째는 소득 구간별 명목세율과 실질실효세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여부다. 기재부는 그 동안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에 비해 현행 세액공제 방식이 누진적이라고 강조했을 뿐, 급여 구간별 실질실효세율의 변화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과연 어떤 방식이 저소득층에서 중간층, 고소득자로 갈수록 더 많은 비율의 세금을 내게 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소득구간별 인원과 금액, 명목 및 실질세율의 변화를 명쾌하게 밝힘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세째는 논란의 진원지였던 독신과 맞벌이, 부양가족 인원별 세 부담 변동 내역이다. 정부로서는 세법을 개정하면서 간과했던 사항으로 오류를 인정해야 할 수도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투명하게 밝히고, 미래지향적 보완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말정산 분석결과 및 보완대책 발표가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인 복지와 증세 논의를 한단계 발전시키느냐 여부는 이러한 내용을 밝혀야 할 기재부의 진정성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투명성을 선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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