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나란히 참석하지만 두 사람은 접촉하기는 커녕 악수 조차 하지않을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렇게 전망하면서 “일본 지도자가 철저하게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중국은 어떤 식의 접촉도 하지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중·일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양국 관계는 빙하기다.
지난 2012년 가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영토문제, 역사문제 심지어 안보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중국은 일본과의 대결자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대일관계에 유화적이었던 이전 후진타오(胡錦濤) 정권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계기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교전권을 갖는 ‘정상국가’로 바꾸려는 데에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 자리잡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그 뒤에는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에는 찬성이다. 중국은 일본이 ‘평화’를 빌미로 재무장을 하고 이어 핵무장까지 한다면 기존의 지역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매우 경계하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아베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반일 감정은 뿌리가 깊다. 중국은 1894년 갑오전쟁(청일전쟁)부터 일본이 패망한 1945년까지 일본 제국주의가 자행한 폭력의 직접적 피해자다. 중국인들이 ‘대도살(大屠殺)’이라고 부르는 ‘난징(南京)대학살’에선 30만명 이상의 무고한 중국인들이 학살됐다.
특히 올해는 갑오전쟁 개전 120년을 맞는 역사적으로 민감한 해다. 1894년 7월부터 1895년 4월까지 벌어진 갑오전쟁은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일본에 넘겨준 뼈아픈 전쟁이다.
당시 중국 근대개혁의 선구자였던 젊은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는 “중국이 4000년의 깊은 꿈에서 깨어난 것은 갑오전쟁의 패전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일본과 관련해 영토 및 역사 문제에 이야기가 미치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감정적으로 변한다. 커진 국력을 바탕으로 마치 ‘설욕’이라도 하겠다는 분위기다.
중국의 대일외교 브레인인 칭화(淸華)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류장융(劉江永) 교수는 “갈수록 우경화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관건이다”면서 “갑오년 한해를 평화와 안전의 한 해로 만드느냐, 아니면 갈등의 한 해로 만드냐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인들은 일본인들의 독특한 의식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의 의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면 신 군국주의가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일본인들은 평상시에는 신중하지만 특수한 상황에 놓여지면 집단적 광기가 발휘, 국가 전체가 순식간에 180도 방향 전환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진핑 지도부의 대일 강경노선이 국내용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 강한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국민들의 정부 비판이 고조될 수 있다. 가뜩이나 고도성장의 후유증이 분출되는 시기인 만큼 일련의 대일 강경자세는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을 외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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