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도시’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도시를 건설하던 난개발시대에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 줄 알았지만, 첨단기술로도 막을 수 없는 ‘대자연의 역습’ 앞에서 인간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어쩌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도로함몰)’도 대자연이 주는 경고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개발에 목 말라있다. 친환경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과 기업의 참여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도시민에게 참여를 끌어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친환경도시는 현 세대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다. 시민이나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점도 여기에 기인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니 동참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특히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친환경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희생이 뒤따른다. 서울시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이클레이(ICLEI)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 참석차 방한한 북유럽 친환경정책 우수도시 시장들을 만났다. 보 프랭크 스웨덴 벡셰시장과 카트린 셰른펠트 얌메 스웨덴 말뫼시장, 다궈 에것슨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시장이다. 박 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대담은 각 도시의 친환경정책을 공유하고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면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 시장=이클레이 서울총회는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세계 도시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이런 점에서 북유럽의 친환경도시는 선망의 대상이다. 생태적으로 도시를 잘 가꾸고 복지도 뛰어나다.
▶다궈 에것슨(이하 에것슨)=아시아의 도시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분에 있어) 큰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한다. 레이캬비크와 같은 친환경도시가 더 많이 생겨나도록 전세계가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보 프랭크(이하 프랭크)=벡셰의 친환경정책은 정치적인 협력관계에서 출발했다. 20년 전 7개 정당이 모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지금도 벡셰의 모든 정당들은 친환경 이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시장=정당간 협력을 말씀하셨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 정치적 협력, 시민 참여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시도 지난 3년간 원전하나줄이기, 에코마일리지, 에너지수호천사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카트린 셰른펠트 얌메(이하 얌메)=말뫼에서는 일선 학교들이 친환경을 주제로 축제를 열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자기만의 참여방법을 고안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박 시장=아이들이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친환경 교육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꼬마버스 타요’로 꾸몄다.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프랭크=벡셰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감자껍질, 바나나껍질 등 유기폐기물을 수거해 대중교통의 연료로 쓰이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유기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고, 버스회사는 연료를 생산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볼보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에것슨=레이캬비크는 교통부문 친환경정책이 취약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자동차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소유하겠다는 욕구에서 끌어내기가 정말 어렵다. 최근 국가가 토지를 관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서 모든 도로의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박 시장=친환경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이나 기업, 단체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가.
▶에것슨=벌금 등 처벌 규정은 없다. 친환경정책으로 성공한 부분을 내세워 홍보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설득할 수밖에 없다. 모든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나하나 설득하고 정착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당연한 절차다.
▶프랭크=스웨덴 정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가정이나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세금을 낮게 부과한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도 중요하다. 친환경적이지 않는 제품이나 물건은 구매하지 않고, 기업도 환경을 훼손하면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얌메=기업들이 스스로 친환경정책에 참여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정책에 참여한 경력이 있어야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고 기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중앙 정부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프랭크=스웨덴은 유럽국가 중에서 지방분권이 가장 잘 이뤄진 나라다. 중앙 정부는 지방 정부의 예산 80%를 지원해주고, 지방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정책을 독립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에것슨=아이슬란드는 현재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기후환경분야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test102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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