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SK에 이어 CJ도 총수공백으로 인수합병(M&A) 시장으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두 그룹은 M&A가 주요한 성장동력인 곳이어서 타격이 크다. 김승연 회장 복귀 후 M&A는 물론 초대형 수주까지 잇따르고 있는 한화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CJ CGV는 올들어 대형 인도 극장 기업 2곳의 인수전에서 모두 패했다. 현지업체와 글로벌 경쟁사의 ‘공격적 배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다.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나 의사결정이 어려운 게 패인이었다는 후문이다.

CJ의 위축경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 2012년 898억원이던 CJ E&M의 투자지출(CAPEX) 규모는 2014년 482억원으로 46%나 줄었다. 특히 해외합작, M&A 등에 해당하는 기업투자 항목은 55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69%나 급감했다.

‘회장 부재=M&A 필패(?)’…SK, CJ 등 잇따라 고배

CJ 이재현 회장은 문화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삼았고, 덕분에 CJ의 한류 문화 투자 사례는 지난달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 실리기도 했다.

문화 사업 뿐 아니다. CJ는 지난해 계획한 투자의 20%나 실행에 옮기지 못해 3년만에 실제 투자 규모가 1조원대로 추락했다. 올해의 경우 아예 공식 투자·고용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CJ대한통운도 지난 2월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입찰전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회장 부재=M&A 필패(?)’…SK, CJ 등 잇따라 고배

SK그룹도 비슷한 처지다.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에서 무려 1조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을 한 롯데에 완패했다. 패인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와 신동빈 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이었다.

SK 관계자는 “워낙 큰 규모의 투자라 수시로 정보파악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의사 결정을내릴 필요가 있었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회장 부재 상황이 아쉬웠던 싸움”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최 회장이 경영을 챙기던 때 이뤄진 SK하이닉스 인수는 성공했지만, 최 회장 부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M&A에서는 연전연패있다.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 등이 모두 고배를 마신 승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