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영화 ‘간신’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영화 ‘간신’
“누가 널 죽이기라도 한다더냐. 그저 왕처럼 놀아보고 있거늘.”
미녀들에 둘러싸인 ‘간신’ 임숭재(주지훈 분)가 떵떵거립니다.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ㆍ제작 수필름)의 부제는 ‘왕 위의 왕’입니다. 세 치 혀로 왕을 쥐락펴락한 간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수식어가 또 있을까요. 임숭재는 연산군(김강우 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조선 각지에서 미녀를 징집합니다. 임숭재와 그의 아버지 임사홍(천호진 분)은 뛰어난 미색의 단희(임지연 분)를 왕의 눈에 들게 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죠. 임숭재 부자를 경계하는 장녹수(차지연 분)는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이유영 분)를 이용해 단희를 견제합니다.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서로 다른 욕망이 뒤섞여 끌어오르는 용광로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반정을 꿈꾸는 무리에 대한 적개심으로 연산군의 광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백성의 안위는 뒷전인 채 여색을 탐하고, 살생을 저지르며 일말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쾌락만을 좇는 연산군을 이용, 간신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죠. 일단 권력을 맛 보면 오래 누리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임숭재 부자는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관리들을 혼쭐내기 위해, 그들의 아내 혹은 딸을 운평(나라에서 관리하는 기생)으로 발탁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아기의 젖을 물리던 여인네까지 닥치는대로 끌어모으죠. 단희와 설중매는 연산군의 총애를 얻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수련을 하고, 왕의 모욕적인 명령도 눈을 질끈 감고 따릅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있는 곳엔 늘 ‘간신’이 존재합니다. 500년이 지난 현재, 간신의 속성을 가진 인간 군상들을 권력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직언 대신 간언을 늘어놓는 관료들이 대통령은 물론, 재력가와 정치가 주변에 자리하고 있죠. “내 조정에 충견만 있고 충신은 없다.” 광기로 가득한 연산군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시대 권력가들은 모르는 듯 합니다. 물론 대단한 지위에 있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간신의 기질은 있습니다. 평탄한 사회 생활을 위해 옳은 소리는 삼키고, 감언이설을 늘어놓아야 할 때가 비일비재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관행에 슬쩍 눈 감기도 하죠. 그렇게 해서 높은 곳에 올라서면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권력의 맛에 빠집니다. 그 주위엔 또 권세를 탐하는 아첨꾼이 몰리는 상황이 대물림 되겠죠.
그나마 영화가 현실보단 덜 추합니다. 탐욕으로 가득했던 간신 임숭재도 자신의 악행에 회한을 느낍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얻은 권력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죠. 그리고 자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내기 위해, 권력과는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삶을 택합니다. 현실의 간신들은 반성을 모릅니다. 그저 권력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통탄할 뿐이죠. 이들은 권력의 달콤함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결국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 전관예우 등을 동원해서라도 또 다시 권력을 누리길 열망합니다. 분명한 건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간신’ 속 권력자들의 최후는 부정한 방법으로 손에 넣은 권력이야말로 모래성처럼 연약한 존재라고 이르는 듯 합니다.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