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국정원 직원 빈소마련
유족측, 취재진 취재진 출입 불허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해가 안치된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는 무거운 침묵속에 국정원 직원들의 조문이 이어지고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장례식장을 찾은 일부 조문객은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장례식장 측의 협조를 얻어 취재진의 빈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례식장에는 “유족분들이 원치 않으신 관계로 기자분들께서는 출입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여러 장 붙여져 있다.
전날 밤 10시께 이병호 국정원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취재진은 조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이 국정원장에게 “고인에게 할 말 없냐”, “해킹 프로그램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할 생각 있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이 국정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임씨는 지난 18일 낮 12시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의 유족들은 같은날 오전 10시께 “(임씨가) 출근한다며 오전 5시 밖으로 나간 뒤 오전 8시부터 10여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수색을 벌이던 중 낮 12시께 숨진 임씨를 발견했다.
임씨에 대한 부검에서는 “전형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된다”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부검에 입회한 경찰 관계자는 “임씨 목에서 그을음이 발견됐으며 일산화탄소 수치가 75%가 나왔다”며 “보통 흡연자가 3~4%, 비흡연자가 1%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임씨의 사망 전 동선과 번개탄 구입 과정 등에 대한 조사에서 별다른 의문점이 나오지 않으면 임씨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발인은 21일 오전이다.
임씨는 국정원장, 차장, 국장에게 적은 유서에서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며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며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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