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원래 큰돈은 증시와 부동산을 돌고 돈다. 과열만 아니면 그건 선순환이다. 경제의 온기로는 그만한 게 없다. 그런데 달라졌다. 조짐 정도를 넘어섰다. 움직임이 포착된다. 증시의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다.
강남 도곡동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연일 놀라고 있다. 최근 부동산을 바라보는 자산가들의 달라진 관심 때문이다. 그는 “올 들어 VIP고객 가운데 펀드 환매 후 이미 부동산에 투자했거나 구입자금으로 ‘대기’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인이 관리하는 자산가들 가운데 10여명이 그렇게 했다.
강남 압구정의 H 증권사 부지점장 I 씨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부자들의 관심이 수익보다는 원금보장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부동산으로 관심이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그는 “물론 아직 눈치를 보는 고객도 있지만 펀드 환매 후 부동산을 계약한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은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이다. 시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노믹스’의 디딤돌이 부동산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투자대기자금’이 움직이는 이유다. 그건 지표로도 나타난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다가, 정부 정책 발표를 전후해 하루 새 2조4000억원이 빠졌다.
MMF 설정액은 올 초 66조5000억원에서 이달 19일 기준 84조7437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11주 만에 처음으로 순유출을 보였다. 85조원에 육박한 MMF잔고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주식형펀드 설정액(84조4673억원)을 추월했다.
주목할 것은 19일 이후 MMF 설정액이 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3개년 계획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의 MMF 설정액은 80조463억원으로, 3거래일 만에 4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줄어든 투자대기자금 중 일부는 부동산 쪽으로 ‘액션’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작년 말 41조7000억원에서 이달 중순인 17일 43조원까지 늘은 후 소폭 감소세다.
대형 증권사 강남지점의 PB는 “자산가들은 보수적이어서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투자자도 있지만 때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면서 “다만 확실한 것은 올 들어 내수시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실제 부동산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위해 펀드 환매에 나서는 고객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로 눈을 돌렸던 투자자금도 올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랠리 가운데 코스피만 소외되면서 해외 증시에 베팅했던 투자자금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연속 20억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17억4500만달러로 소폭 줄어든 데 이어 2월에도 현재 13억1100만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쪽으로 돈이 흘러간다고 해서 증시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져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침체로 가계 부채가 늘고 전월세 비용이 증가하면 내수 불황으로 이어져 결국 투자 재원이 부족하게 된다”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선순환하는 데에 부동산경기가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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