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주부 홍모(36ㆍ)씨는 마트에 가면 아이들과 남편의 건강때문에 꼭 숫자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홍 씨는 “MSG가 몸에 나쁘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든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구매할때 꼭 ‘0%’를 확인한다”고 했다. 홍 씨에게 숫자 ‘0’은 신뢰의 숫자인 셈이다.
#. 직장인 이모(31ㆍ남)씨는 편의점에 가면 ‘+1’이란 숫자가 들어 있는 간편 도시락을 고른다. 이 씨는 “가격대가 다른 대형마트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가 있는 것을 보면 왠지 싸게 산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꼭 100%가 들어가 있는 음료를 고르게 된다고 했다. 과즙 100% 등이 적혀있는 음료수가 왠지 건강함을 나타내는 숫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고를때 ‘숫자’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숫자는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숫자는 고객에겐 마음이 끌리는 요인으로, 업체로선 곧바로 돈과 직결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에게 숫자는 신뢰인 동시에 추억이고, 기업 입장에선 숫자는 생존이며 전쟁을 뜻한다. ▶숫자, 소비자를 사로잡다=식품업계에서는 정확한 광고 효과를 위해 숫자로 상품을 알릴 수 있는 뉴메릭마케팅(Numeric Marketing)을 활용한다. 뉴메릭마케팅은 말 그대로 뉴메릭 즉, 숫자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간단한 숫자에 대한 인상을 남기고 숫자에 대한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 오래 기억하게 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과즙주스’보다는 ‘100% 과즙주스’처럼 숫자를 내세움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다.
뉴메릭마케팅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마케팅이다. 식품업계에서는 가장 성공한 브랜드가 바로 베스킨라빈스31이다. 한달 31일 내내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31을 붙인 베스킨라빈스31은 메뉴가 31가지라는 것으로 강조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아이스크림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게임으로도 나올만큼 소비자들에게 숫자를 통해 깊이 인식시킨 대표적 사례다. 직장인 김모(30ㆍ여) 씨는 “베스킨라빈스31은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며 “매장에 들러 진열대 앞에 31가지의 아이스크림 앞에 서면 약간 설레고 재미있다”고 했다. 이처럼 숫자는 마법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국내에도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롯데의 ‘2%부족할때’라는 음료수다. 발매 2년만에 10억캔을 돌파하며 음료사상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2%라는 의미는 몸의 수분이 2% 부족할때라는 뜻이다. 1999년에 첫 출시된 이후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날 물로 보지마’ 등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추억의 숫자로 자리잡았다.
박모(42ㆍ남) 씨는 “아직도 갈증이 느낄때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자연스럽게 손이 ‘2%’로 가게 된다”며 “나에겐 2%는 대학시절 추억의 한페이지”라고 말했다. ▶전통적 숫자 법칙, 만고의 진리=대형마트 등도 숫자를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펼치는 ‘00원’과 ‘90원’ 마케팅이다. 어찌보면 진부할만큼 전통적이지만, 수십년간 이 숫자마케팅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가격이 ‘00원’으로 맞춰져 있는 언더웨어 행사상품 매장, 만원 단위를 넘지 않기 위해 ‘90원’으로 끝자리를 남기는 의류 매장 등도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이득이라는 생각을 남기는 효과가 있기에 유통가에선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마케팅이다. 음식점 역시 그렇다. 80년 전통, 나아가 100년 전통이라는 간판 단어가 주는 막강한 힘을 빌어 이를 자연스럽게 홍보수단으로 삼고, 단골손님을 유지하는 것도 고전적 기법이지만 역시 막강한 ‘신뢰의 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유통가의 ‘숫자의 비밀’은 뻔한 수단임을 알면서도 재미있다거나, 신뢰가 간다거나, 기억효과가 뛰어나다는 등의 인상을 각인시켜주면서 다시 찾고 싶은 곳, 다시 사고 싶은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
attom@heraldcorp.com
<숫자와 그 의미>
8과 2분의1=파스타 피자 전문점.
4N5=신세계백화점의 4층과 5층이 이어지는 컨템포러리 매장.
50=50년 전통의 식당.
7000=삽겹살 7000원.
678=치킨집 상호. 육질이 팔팔하다는 뜻.
365=현금지급기
7017=서울역 7017 프로젝트.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재생되는 고가, 17개의 보행로, 17m 높이의 고가라는 뜻.
100%=내추럴 의미.
나머지는 숫자 간판들.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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