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민여신 지구녀와 완벽한 외계남은 불완전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맞았고, 전지현과 김수현은 그들의 말처럼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이뤄냈다.
브라운관을 평정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제작 HB엔터테인먼트, 이하 ‘별그대’)가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1회의 달리기는 외계남 도민준(김수현 분)과 국민여신 천송이(전지현 분)가 3년 만에 재회하는 것으로 ‘첫사랑’을 ‘끝사랑’으로 이어갔다.
무수한 스포일러가 기승을 부렸고, 허무한 엔딩이 되지 않을까 싶던 우려는 판타지물을 입혔던 드라마답게 막을 내렸다.
이별은 예고처럼 찾아왔다. 약속된 3개월의 시간이 지나가던 마지막 밤, 서울 하늘엔 지상 최대의 우주쇼가 펼쳐졌다. 도민준의 고향인 ‘딥사우스’는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스쳐갔고, 그 때 밤하늘에선 무수히 많은 유성과 함께 민준이 타고 돌아가야할 UFO도 쏟아냈다.
이미 민준은 자신의 육체가 사라져가는 장면을 보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실감한 뒤 천송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너를 꼭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땐 다 잊은 채 잘 지내라”는 말도 남겼다.
누군가를 위해 내어줬던 자리가 공허해지자 천송이의 삶은 무너졌다. 삶의 모든 순간에 도민준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아 그리움은 사무쳤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도민준의 생명력을 상징했던 ‘이끼’들이 생기를 찾는 것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면 천송이는 다시 진짜 ‘톱스타’의 자리로 걸어올라갔다. 도민준이 떠나고 3년, 모든 것이 도민준을 만나기 이전처럼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천송이는 “너무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며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도민준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됐다. 천송이가 국민여신 자리에 다시 오른 영화제에 기적처럼 나타난 도민준은 시간을 멈춘 뒤 그림같은 입맞춤으로 자신의 모습을 천송이 앞에 드러냈다.
사실 오랜 실패가 반복된 끝에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된 장면이었다. 3년 전 지구를 떠나 웜홀로 빨려들어갔던 도민준은 그 곳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회복시킨 뒤, 지구로 돌아오는 연습을 했다.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머무는 시간이 짧았다.
100일째 되던 날 남산타워에서 천송이 앞에 나타난 5초, 이끼를 정성스레 돌보는 장 변호사 앞에 나타난 이름을 부른 시간, 소시오패스 이재경 앞에 나타나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모든 시간이 도민준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이었다.
3년 뒤 도민준은 마침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늘려 1년 2개월을 천송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고 있는” 도민준은 반드시 천송이의 곁으로 돌아오고, 다시 돌아올 땐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완벽하게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해피엔딩을 간절히 바라던 시청자들 역시 만족할 만한 마지막회였다.
14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한 톱스타 전지현과 흥행 보증수표 김수현의 만남은 드라마 내내 화제였다. 두 톱스타가 만났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담보한 채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뚜껑을 열자 적수도 없었다. 마지막회를 앞둔 20회까지 30%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무난히 25%대를 넘어서며 사랑을 받았고, 조연들의 재조명과 OST의 인기는 물론 각종 패러디까지 쏟아지며 화제가 됐다. 드라마와 함께 전지현은 여전히 흥행퀸 ‘완판녀’ 자리를 공고히 하며, 입고 바르고 걸치는 모든 아이템을 팔아치우는 경제효과도 불러왔다. 중국에서는 천송이가 사랑하는 ‘치맥’ 열풍이 분 것도 모자라 드라마의 인기를 정당화하려는 듯 ‘도민준’의 뿌리는 중국인이라는 보도까지 쏟아지는 기현상도 나왔다.
자타공인 2014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이름을 올린 ‘별그대’는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의 전지현의 바람이 이뤄진 작품이 됐다. ‘도둑들’에 이어 한 번 더 만난 김수현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도둑들’ 이후 ‘해품달’로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구축됐고, 여러 편의 작품을 거친 이후 다시 만나게 됐다. 같이 호흡을 하며 우리가 합쳐졌을 때 부족하지 않고, 단단해졌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김수현 씨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 같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이 시점에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이뤄내고 싶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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