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수출 등 관세행정 한류 이끄는 김낙회 관세청장…지친 靑春들에게 보내는 충언과 공직자論
서울 세관 청사에 해갈의 단비가 내리던 날 오후, 김낙회 관세청장을 반갑게 만났다. 옹골지고 속이 꽉 찬 느낌이 우선 와 닿았다. 살짝만 웃어도 하얀 이를 드러내, 마주 앉은 이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 좋은 얼굴이다.
우리의 경이로운 경제성장은 기적 대뜸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냐며 우문을 던졌더니 당황도 잠시, 바로 현답을 내놓는다. “아주 낙관적이죠. 사실 전쟁을 딛고 많은 것을 성취해 온 우리 아닙니까. 올해 우리는 ‘30-50 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 세계 7번째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회원국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식민지를 가진 경험이 있는 나라들인데 우리가 가입하게 되면 식민 지배를 겪은 나라로선 최초이지요.”
김 청장의 말은 거침없다. “경이로운 경제성장은 기적으로 평가되지 않습니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조차도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제외하고는 20세기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찬사를 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장 잠재력은 저하되고, 인구 고령화와 사회적 갈등은 내재돼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어가는 선도형 성장,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열변을 토하던 김 청장은 이스라엘의 살아있는 역사에서 답을 찾으라 일러준다. 주변국과의 첨예한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가 인정한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스라엘의 원동력을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주문이다.
공직자는 근면하고 삼갈 줄 알아야
김 청장 정도면 ‘공직의 달인’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공직 사회에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늘 공직은 우리 사회의 핵심 뼈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근근화완(勤謹和緩)을 말하고 싶습니다. 맡은 일은 근면하게 처리하고 몸가짐은 삼가며, 화합하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고 완만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뜻이지요. 모름지기 공직자라면 근면하고 삼갈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화합할 줄 모르는 공직자는 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상이 팍팍한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부탁했다. “모교 등에 특강을 나가면 늘 도전을 강조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막연하게 꿈을 크게 가지는 것보다 자신 만의 꿈, 설계도를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경쟁상대는 더 이상 국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계의 유수한 인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라는 겁니다. 땅이 작으면 생각의 크기를 키워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지금, 글로벌 융합인재가 필요합니다. 유창한 외국어 구사능력에다 상대를 이해하는 소통과 공감능력, 그리고 창의성을 겸비한 그런 인재 말입니다.
관세외교로 관세행정 한류 이끌어 인생 철학으로 ‘긍정’과 ‘겸허’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는 김 청장은 활발한 관세외교로 관세행정 한류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주요 사업으로 ‘유니패스(UNI-PASS)’ 수출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관세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출입통관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처리하는 전자통관시스템인데 9개국에 걸쳐 1억달러 상당의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물품의 수출입 신고, 세금 납부 등 통관절차를 인터넷 등으로 자동화하여 세관 방문과 서류 없이 처리하는 우리나라 전자통관시스템의 브랜드명입니다. 특히 지난 2010년 3700여만 달러에 수출한 에콰도르에서는 우리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세계관세기구(WCO)로부터 관세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놀라운 일이다. 유니패스 해외 수출은 단순한 시스템 수출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우리 관세행정의 노하우와 경험을 함께 수출하는 알짜 사업이다. “세계최고의 기술적 우수성을 지닌 유니패스의 국제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추가로 9개국에 2억달러 상당 수출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 유니패스 수출국인 에콰도르, 탄자니아 등 대륙별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전자통관시스템 수출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관애로 발생건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인데 올해 상반기에만 241건을 해소하여 445억원의 기업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중국과의 FTA 발효 미리미리 대응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FTA가 발효되면 관련 교역비중은 전체 교역량의 62.4%로 확대된다고 한다. 무역 관문을 책임진 관세청의 대응이 남다를 터다. “문제는 대중 수출기업 3만3092개 업체 중 수출과정에서 FTA 활용경험이 있는 기업은 24%도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나머지는 경험이 없어 FTA 발효에 대비한 체계적인 지원 필요한 실정입니다. 관세청은 ‘Double-100일 특별지원대책’을 통해 FTA 활용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기업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국세관에 ‘YES FTA 차이나 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세관과 ‘원산지 자료교환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 통관지원 등 FTA 발효에 대비해 총력지원체제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관세청이 국제금융 전문 조사기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제2의 모뉴엘 사건 적발 등 수출입을 가장한 불법 자산도피 등 외환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관세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점점 더 교묘해지는 불법 외환거래를 막기 위한 방안도 단호해 보인다. “최근 플라스틱 제품가격을 1만 배 부풀려 1500억여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무역금융편취 사건, 동대문과 남대문 의류상들이 외국인 명의를 이용해 2조4000억원대 위장수출 및 불법환전 사건을 적발했습니다. 수출입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실물거래와 외환거래를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관인 관세청이 2년이라는 장기간 조사해서 적발했는데 무엇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큽니다. 외환비리의 효과적 적발을 위해 세관에‘국부유출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무역금융편취,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오는 11월까지 펼치게 됩니다.”
국민 안전과 건강에도 기여 뿌듯
관세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불법·불량 위해 물품을 통관단계서 철저히 차단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했다. “국민생활 밀접물품 중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70%를 넘습니다. 중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8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간소화된 통관절차를 악용하거나, 개인해외 직구를 통해 문제의 물품 반입이 증가하면서 화재나 어린이 위해 사고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과 어린이제품, 전기용품에 대한 협업검사로 불법ㆍ불량 수입제품 434건 97만점을 적발했고, 인증서 도용 등 고의적으로 불법물품을 반입한 16개업체(11만점)를 고발의뢰 하는 등 반송 또는 폐기 조치했습니다. 환경부와의 유독물질에 대한 협업검사로 수입이 금지된 맹독성 알디캅, 1급 발암물질 백석면 등 6건을 통관단계에서 차단했습니다. 이런 결과 지난 해 정부부처 협업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정부 3.0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중소ㆍ벤처기업의 수출물류 경쟁력 강화에 대해 언급했다. 관세청 차원의 지원 대책이 궁금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종합물류 컨설팅센터는 국내 최초로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민(한진)·관(관세청) 합동 물류 컨설팅을 제공, 수출물류 경쟁력을 키우는 센터입니다. 물류업체 직원과 세관직원 및 공익관세사가 함께 상주하면서 수출입통관과 물류에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수출입절차는 물론 FTA 활용방법, 물류 정보, 국내외 통관애로 해결 등 최적의 물류 상담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하게 됩니다. 특히 대 중국 중소ㆍ벤처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통관애로를 겪지 않도록 베이징과 상하이 파견된 관세관을 활용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통관애로를 해결할 참입니다.”
끝으로, 관세청장에 부임한지 1년을 맞은 소회를 부탁했다. “우리 관세행정 조직 아주 우수합니다. 관세청은 세금을 거두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합니다. 물류, 통관, 수출기업 경쟁력 제고, 불량먹거리나 물품 차단, 불법복제품 근절, 마약단속 등 사회와 국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앞으로도 산업정책과 대외협력 부문에 역할과 역량을 더 키워나감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황해창 기자/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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