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선수의 마지막 페이지에 유종의 ‘미’는 없었다. ‘무패 복서’라는 타이틀 하나는 남겠다. 역사상 최고의 복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 메이웨더가 꿈꿔온 은퇴경기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통합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7 미국)가 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0시 미국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WBA 타이틀매치에서 안드레 베르토(32 미국)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통산 49전 49승(26KO)째를 거뒀다. 이 경기는 메이웨더의 공식 은퇴경기였다.애초에 ‘김 빠진’ 경기라는 예상이 많았다. 2009년 WBA 웰터급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던 상대 베르토는 33전 30승(23KO) 3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 선수지만 모든 패배를 최근 4년간 6경기에서 당했을 뿐만 아니라 거물급 선수와 싸워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분명 메이웨더보다 ‘한 수 아래’였다.메이웨더는 이날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다. 특유의 ‘숄더 롤’은 여전했고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노련하게 기회를 엿보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했다. 베르토의 경기 운영은 너무도 단조로웠다. 메이웨더의 스타일을 아는 선수라면 다양한 인파이팅 기술을 구사해야 했지만 기량이 모자랐다. 왼손 잽에 이은 오른손 훅으로 한방을 노리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정확성은 떨어졌다.1996년 프로 데뷔 후 19년간 최강자로 군림했던 메이웨더는 베르토가 어떤 식으로 달려들지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이미 제 페이스를 잃은 베르토는 오히려 먼저 클린치를 유도하는 등 비효율적인 몸놀림으로 주도권을 빼았겼다. 6라운드부터 공세에 나섰지만 메이웨더는 기다렸다는 듯 몸통 공격으로 받아쳤다.상대가 ‘한 수 아래’였다고 해서 결코 메이웨더가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메이웨더는 이날 경기내내 경기 외적인 신경전으로 베르토를 도발했다. 상대 베르토는 수차례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10라운드에는 급기야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두 선수에게 필요없는 말싸움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메이웨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상대 세컨을 향해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등 촌극을 빚었다. 11라운드에도 손을 들어 베르토를 도발하거나 춤을 연상케하는 스텝을 밟으며 베르토를 조롱했다.어찌됐건 메이웨더는 49전 전승으로 1955년 로키 마르시아노가 세운 무패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최소 3200만 달러(약 380억 원)의 대전료도 챙겼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지난 5월 파퀴아오와의 ‘세기의 대결’ 이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복싱팬들이 많다. 이번 경기 표값은 125~1500달러 선으로 1,500~7,500달러였던 파퀴아오전에 비하면 폭락한 수준이었고, 이마저도 모두 팔리지 않았다. 심지어 UFC 여제 론다 로우지(28 미국)는 “종합 격투기 룰로 붙으면 메이웨더는 나도 이긴다”고까지 말했다. 진정한 파이터라면 용납 못할 선수 생활의 끝자락이다. 원체 은퇴 번복이 잦았던 메이웨더라 ‘또 복귀할지 모른다’는 설왕설래가 많지만, 이래나저래나 좋지 못한 뒷모습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라이브 소셜 미디어 아프리카TV를 통해 이번 경기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전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최용수는 “베르토는 이미 메이웨더의 상대가 아니었다. 베르토가 짧게 연타를 퍼붓는 식으로 나갔어야 하는데 너무 큰 거 한방을 노리다 말린 셈”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최용수는 연내 현역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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