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조용직 기자] 내년 4월 총선 공천룰의 핵심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경고성 발언을 주고 받으며 진실게임 공방까지 벌였던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자제 모드로 돌입했다. 명분보다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는 싸늘한 여론이 비등한데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다툼에서 승자와 패자는 누가 되느냐로 관심이 귀착되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전날 오후 청와대의 협의채널인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확전을 자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와 현 수석은 평소 친분이 두텁다. 김 대표는 현 수석에게 “더 이상 소모전을 하지 말자. 여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여봐야 국정에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으니 슬기롭게 넘기자”는 취지로 말했고, 현 수석도 이를 수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도 “싸우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사태를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관계자 명의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문제점을 5가지로 지적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김 대표가 이에 대해 “여당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공개 경고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7월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와 비슷하게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 달리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가 확전을 자제하는 것은 이번에 쟁점이 된 공천 룰과 지난번 국회법 개정안 자체의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충돌한 문제였고, 공천룰은 정당 내부의 공직선거 후보 선출 규정을 다루는 정치 사안이다. 대통령령과 총리령 등 행정입법을 국회가 제한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보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당연한 권리 행사다.

하지만 공천룰은 당내 문제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는 시절과 달리 지금은 ‘평당원’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나서 당내 문제인 공천룰에 대해 감놔라 밤놔라 할 경우, 당헌 당규상의 권한이라기보다는 월권행위에 해당된다.

국회법 파동때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 전 원내대표 등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직접 언급했지만, 이번 공천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유승민 파동때와는 달리 갈등이 확산일로만으로는 치닫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간의 갈등이 확산되면, 당내 분열도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공천룰은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명운과 이해득실이 달려 있다.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어느 한쪽에 줄을 서야 한다. 승자는 없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모두 앙금만 남게 된다.

레임덕없는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청와대, 차기 강력한 대권주자로서 대구경북(TK)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 김무성 대표간에 암묵적 합의가 오고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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