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양영경 기자] 3자 회동이냐, 5자 회동이냐.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5자 회동 제안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자 회동을 역제안하면서다. 대통령, 당 대표 외에 원내대표 참석 여부를 두고 이견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그 배경엔 회동 의제와 맞닿아 있다. 원내대표를 포함시켜 정기국회 정상화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청와대와 3자 회동으로 국정교과서를 담판짓겠다는 문 대표의 수싸움이다.

새누리당 주요 관계자는 2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여야 대표만 참석하는 3자 회동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걸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5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만 만나는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

청와대가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동을 제안한 건 노동개혁이나 예산안 처리 등 미진한 정기국회 운영을 주로 논의하겠다는 의도다. 국회 운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제안이다. 역으로 문 대표가 원내대표를 제외한 3자 회동을 제안한 건 국정교과서 논란을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여야 지도부 회동의 내용과 형식은 계속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선 긋기다. 그만큼 국정교과서 논란을 주요 의제로 삼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직 회동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오는 22일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3자 회동으로 가닥이 잡히면, 이는 지난 3월 17일 이후 7개월 만이다. 3월 회동 당시 문 대표는 “앞으로 의제를 좁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 대화가 지켜지는 데에 7개월이 걸렸다.

7개월을 사이에 두고 열릴 두 회동은 여러모로 유사하다. 3월 회동은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직후 열렸고, 이번 회동은 미국 순방 직후 열린다.

3월 회동에선 중동 순방을 두고 3자 간 화답이 오가는 등 자연스레 순방 성과가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화를 중동 순방 성과로 풀어갔다. 이번에도 미국 순방 성과를 우선 거론하며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3자 회동을 제안하는 명분이나 대화를 시작할 화두로 순방외교가 요긴하게 쓰이는 셈이다.

화기애애한 덕담만 예상되진 않는다. 3월 회동 당시에도 본게임에 들어가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문 대표는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파기했다. 경제 정책을 대전환해 소득 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고, 박 대통령도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했다고 했는데 어느 정부보다 관련 입법을 많이 했다”고 맞대응했다. 또 “경제 살려달라고 2년째 했는데 국회에 2년째 법안이 묶여 있다”고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최저임금 인상 방식 등을 두고도 인식 차를 보였다.

이번 회동 역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국정교과서가 있다. 문 대표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시사하며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선친이 친일ㆍ독재에 책임 있는 분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게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라고 밝혀 여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3자 회동이 성사되면, 문 대표는 본인이 직접 거론한 두 당사자와 대면하게 된다.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인 노동개혁도 야당과의 입장 차가 크다.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야당의 반발이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사다. 그밖에 예산안 처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도 의제로 거론된다.

지난 회동에선 예정보다 1시간을 넘겨 100분간 토론이 이어졌다. 회동을 마친 이후에도 결과를 정리하기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릴 만큼 치열한 토론이 펼쳐졌다. 이번 회동에도 논란에 휩싸인 의제가 많아 그에 못지않은 격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