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폭락ㆍ최악 가뭄ㆍ절도범 기승 - 삼중고에 애타는 農心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사상 최악의 가을 가뭄과 쌀값 폭락으로 농심(農心)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어렵게 수확한 농산물을 노리는 절도범이 곳곳에서 출몰해 경찰과 농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산물 절도 범죄의 특징은 도심에 비해 폐쇄회로(CC)TV 같은 범인을 특정할 수단이 적은 만큼 범인 검거율이 낮다는 데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전북 부안에선 빈 농가를 돌면서 상습적으로 쌀을 훔친 혐의로 문모(22)씨 등 일당 3명이 덜미를 잡혔다.

문씨 등은 지난 7일 오전 3시 30분께 김모(44)씨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쌀 20㎏ 52포대를 훔치는 등 정읍과 김제, 부안 일대를 돌며 수십 차례에 걸쳐 1300만원 상당의 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방범이 허술한 비닐하우스와 농가를 노려 쌀을 훔친 뒤, 이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엔 충남 아산의 김모(62)씨 밭에서 농산물을 훔쳐 달아난 정모(58)씨가 검거됐다.

애초 피해자 김씨는 무 20여개가 없어졌다고 신고했지만, 정작 정씨는 무 1000개와 배추 2000포기를 뽑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달아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가 새벽 시간에 밭 안쪽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달아나 김씨는 절도 사실조차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농ㆍ축산물 절도 범죄는 2012년 1043건, 2013년 1050건, 2014년 1053건 등으로 매년 1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가가 한 해 결실을 거두는 10월 가을 수확철에 절도범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 발생한 농ㆍ축산물 절도를 구체적으로 보면 축산물 절도(개, 닭, 염소 등 가축 절도)가 57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논과 밭, 노지 등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훔쳐가는 들걷이가 371건, 수확물 창고를 통째로 털어가는 곳간털이도 111이나 발생했다.

문제는 낮은 검거율이다.

검거율은 2012년 32.9%, 2013년 38.3%, 2014년 37.5%에 불과하다.

농ㆍ축산물 범죄 10건 중 6건은 범인도 잡지 못하고 끝난다는 뜻이다.

검거율이 낮은 것은 농촌 지역은 도심과 달리 범인 단서를 제공하는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의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경찰 관계자는 “일단 발생하면 붙잡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절도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강원 평창경찰서는 경찰서 주차장(약 744평)을 농산물 건조장으로 개방해 오고 있다.

2001년부터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경운기가 경찰서를 드나드는 것은 이곳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농작물 재배지를 3개 노선으로 분류해 수확기 농작물을 집중 순찰하고 있다.

여주경찰서는 적외선 경보기를 관내 농가와 경작지 등에 설치했고, 고양경찰서는 농경지 일대에 ‘땀 흘려 애써 지은 농산물 누가 몰래 가져가네요’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와 경고장을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작물 재배ㆍ보관 장소에 블랙박스가 설치된 차량을 주차해놓으면 범인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경찰의 예약순찰제를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