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고려대는 가히 ‘입시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대담한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고교추천전형 확대, 논술전형 폐지, 정시 전형 대폭 축소 또는 폐지 검토는 하나같이 입시에서 폭발력이 큰 이슈다. 특히 이 중 논술 전형을 폐지하는 것은 입시 판도를 바꾸는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려대의 혁명적 대입 실험에 박수와 갈채를 넘어, 앞으로 전개될 모습을 생각하면 과감한 결단에 존경의 마음까지 든다.
현 정부의 대입 정책은 크게 수시 모집은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고, 정시 모집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상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수시 모집에서 학생부만을 기준으로 선발하기 보다는 논술이라는 별도의 유인책에 매달린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대학의 논술 경쟁률은 80대 1까지 이르고, 주요 학과의 경우에는 200대 1이 넘어간지 오래다. 한마디로 대학별 논술고사가 로또로 변질되고 있다.
직접 논술 시험 답안을 채점하다보면 더욱 문제는 기본적인 논술 작성 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학생이 해마다 20% 정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논술 시험을 왜 보러 왔는지 이해가 안 되고, ‘고등학교 교사들은 뭐 하고 있나’라는 한숨도 나온다.
이번 고려대의 논술 폐지는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이고, 지난번 한양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서강대의 정시 모집ㆍ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에 이은 연쇄적인 주요 대학의 대입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이들 대학을 제외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의 고민이 깊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능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수능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은 주요 대학에서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대학에 지원한 학생 대부분 비슷한 수능 성적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수능만을 기준으로 한 선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려대가 이번에 자신만의 고집을 꺾고, 학생 선발의 기득권 도구처럼 여겨온 논술고사 폐지와 대폭 축소를 넘어서, 정시 모집 폐지까지 고려하는 코페르니쿠스 혁명과 같은 입시 패러다임 변화의 유도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부터 큰 갈채를 받을 것이다.
몇 년 전 고려대는 고교등급제를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잡았다고 본다. 이제 다른 대학들이 응답할 차례다. 더 이상 눈치를 보거나, 약간의 전형 수정만으로 여론을 떠보기보다는 고교 정상화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이 대입에서도 대접받는 제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입시는 수시전형 1개와 정시전형 1개로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선진국처럼 학생부전형을 중심으로 하나의 전형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며. 이를 통해 대학의 학생 선발자율권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고려대의 실험은 대학이 고교와 상생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이고, 다른 대학들도 대학의 이기주의가 아닌 고교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식의 입시 변화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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