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어머니를 잃고 시부야 거리를 방황하던 소년 렌(미야자키 아오이, 소메타니 쇼타 분)은 괴물 쿠마테츠(야쿠쇼 코지 분)와 우연히 마주친다. 호기심으로 그의 뒤를 쫓던 렌은, 도시 뒷골목에 자리한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무술에 능한 쿠마테츠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렌을 제자로 맞는다. 렌은 ‘큐타’라는 이름으로 그와 동고동락한다. 어느덧 큐타는 또래에서 적수가 없을 만큼 성장한다. 그러던 중 큐타는 인간 세계를 다시 마주하고, 헤어진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판타지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괴물’ 스승과 ‘인간’ 제자라는 특별한 사제 관계를 그린다. 둘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실은 평범한 부자지간처럼 보인다. 새끼오리가 어미오리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 듯, 쿠마테츠처럼 되고싶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큐타가 그렇다.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 있던 쿠마테츠 역시 큐타의 성장을 흐뭇해하고 그의 안위를 염려한다. 스승과 제자가, 부모와 자식이 함께 자라는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괴물의 아이’는 특별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가 듯’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는 관계가 아닌,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는 ‘아이에게 많이 배우는’ 아버지가 된 감독 자신의 경험과 변화를 녹여낸 것이기도 하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선 철없거나 이기적인 부모가 조숙한 아이로 인해 감화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한다. 아이의 변덕과 말썽에 버거움도 느끼지만, 때때로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에게 감동한다. 아이의 존재로 인해 글자로만 알고 있던 책임감과 헌신, 희생의 의미도 비로소 실감한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말한다. 아이는 부모의 스승이라고. 아이 역시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홀로 지내 온 쿠마테츠는 검술에는 능하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법엔 서툴다. 제자인 큐타와 수시로 부딪히면서, 누군가를 배려하고 돌본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다. 큐타는 쿠마테츠를 만날 당시만 해도,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어둠’을 품었다. 그런 큐타를 보고 요괴들은 ‘인간은 나약해서 마음에 어둠을 품고 있다’고 경계한다. 큐타는 쿠마테츠를 비롯한 괴물 세계의 어른들이 보여준 투박하지만 따뜻한 진심에 어둠을 잊고 지낸다. 자신의 마음 속 어둠에 집어삼켜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이겨낸다. 쿠마테츠와 지내며 자신도 모르는 새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렇게 큐타는 쿠마테츠가 누누히 강조하던 ‘마음 속 검(劍)’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는다. 어린 큐타의 마음 속에 있던 큰 구멍을, 쿠마테츠라는 존재가 조금씩 채워줬다. 부모가 언제까지 자식 곁에 있을 순 없다. 쿠마테츠도 언젠가는 그의 곁을 떠나겠지만, 이미 그와 함께 보낸 시간 자체가 큐타에겐 마음의 어둠을 물리칠 ‘검’으로 자리잡았다. 스스로 강해진 큐타는 더이상 검을 들 이유가 없다. ‘괴물의 아이’는 나약하고 냉소적이었던 인물이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숱하게 번민에 사로잡히는 어른들에게도 의미있는 우화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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