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의 흥행세가 무섭다. 개봉 첫 주말을 맞아 이틀 간 무려 100만 관객을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묵직한 사회고발 드라마라는 점에서, ‘내부자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더욱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도 ‘내부자들’의 폭발적인 흥행세가 흥미로운 건, 배우 이병헌이 극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다. 사생활 스캔들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던 탓에, 관계자들은 이병헌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흥행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앞서 ‘협녀, 칼의 기억’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이병헌의 출연 사실을 흥행 실패와 연관짓는 일각의 시선도 있었다.

‘내부자들’의 흥행은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영화 선택을 좌우하는 요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봉 초기 관객들은 감독이나 출연 배우에 대한 신뢰, 시사회 입소문 등을 통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내부자들’은 후자의 덕이 컸다. 내부적으로 작품에 자신감이 있었던 터라, 개봉 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호의적인 시사회 후기가 영화 외적인 잡음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효과를 냈고, 이로 인해 초기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내부자들’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9.10의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보니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던 이들도 호기심에 발길을 옮기는 분위기다.

개봉 전후 ‘내부자들’ 평점란과 관련 기사에 달리던 댓글을 보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관람객들을 중심으로 ‘이병헌의 연기적 재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의 배우’라는 일관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 물론 이는 이병헌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연기자’ 이병헌에 대한 평가다. 실제로 이병헌은 권력을 향한 열망으로 들떴다가 패배감에 일그러진 모습, 어수룩하고 능청스러운 모습까지 오가며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으로 극을 이끈다. 영화 자체도 부패한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배우의 사생활 때문에 보이콧하기엔 아까운 영화’라는 반응이 나온다.

덧붙여 이병헌에 대한 불호가 희석된 것은, 그의 연기 역량에 더불어 영화의 장르 덕도 있다. 앞서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이병헌의 연기는 전도연, 김고은을 압도할 만큼 강렬했다. 다만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캐릭터와 멜로 라인이 담긴 장면들에 몰입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내부자들’은 각계각층의 내부자들,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권력자들의 생리가 밀도있게 펼쳐지면서, 극 중 인물이 아닌 배우 개인에 대한 이미지가 개입할 틈이 없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힘을 알리기 위해 사전 일반인 시사회를 많이 진행해 자생적인 입소문이 많이 발생한 거 같고, 그로 인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검증이 개봉 전에 이루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단 윤태호 원작이라는 점에서 스토리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조승우를 보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등 여러가지 시너지가 함께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고 흥행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