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의사와 한의사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및 의약품 사용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 등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 사용 여부, 한의사의 의료법상 의료행위 가능 여부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법무법인 자문 및 판례 결과 한의사가 연구목적으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펀치를 날렸다. 이에 한의사협회는 “법률자문 결과, 의사협회의 주장은 잘못된 인용과 악의적인 법률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국민을 기만한 행태”라며 즉각 사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양측은 광주지법의 ‘한의사가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치료 목적으로 병행 사용했으므로 면허 범위 밖의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한 판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의사협회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명백히 면허범위 밖의 의료행위라고 못박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의사협회는 치료목적으로 병행 사용했기에 면허범위 밖의 의료행위라는 것이지 연구목적으로 사용하여도 불법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레이저조사기 등의 의료기기를 사용한 레이저침술, 저주파자극기 등을 사용한 전기침술 등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한방보험급여항목으로 고시된 지 수 십년이 됐고 초음파진단기 역시 복지부가 ‘한의사가 연구목적 또는 학술목적으로 활용하였다면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명확히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료법에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이용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현대의학적인 원리로 개발된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은 (한의사가) 절대로 사용할 수 없고,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 또한 일관되게 이런 의료법과 일치하고 있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 사용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한의사협회는 헌재 판례(2012헌마551 결정)를 들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만장일치로 ‘한의사 역시 자격이 있는 의료인으로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의료행위’라고 판시한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을뿐, 다른 의료법령 어디에도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이용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지난 6월에는 한의학과 서양 의학의 융합을 지향하며 출범한 대한통합암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의사들의 압력으로 한의과대학 교수들의 강의와 한의사들의 교육수강을 비롯, 한의학 관련 내용이 모두 제외된 바 있다.
또 한의사측 주장에 따르면 의사협회 측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막기 위해 의대 교수들의 한의과대학 출강을 강제로 막고, 의료기기업체를 불매운동으로 협박해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동양의학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치료 및 예방효과를 인정받는 상황에서 한의학을 육성 발전시켜 해외진출을 추진해야 할 시기에 이렇게 소모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한의학이 현대과학의 산물인 의료기기를 진료에 활용해 더 정확한 진료를 하고, 현대의료기기를 매개로 더욱 발전한다면 국민의 건강증진과 국부창출에도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양의사와 중의사가 같은 병원에서 한양방 협진으로 암치료를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와 한의사가 견원지간이 된 것의 뿌리는 일본의 무단강점기 때 일본이 한의사를 없앤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압제가 끝나고 한의사가 다시 등장했으나 이미 넓어진 서양의학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같이 발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현재 한의사협회는 회원수가 2만명이고, 의사협회는 회원수가 10여만명을 헤아린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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