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방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원금 보장하기에 급급한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보자는 게 그 핵심이다. 또 소비자가 한층 쉽게 다양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활성화법을 제정하는 등 운용 합리화에도 무게를 뒀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퇴직연금을 개인연금으로 전환할 때 소득세 납부를 수령할 때까지 면제해 주는 내용도 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으로는 안정적 노후 보장이 어려운 만큼 사적연금의 역할을 어떻게든 강화해 그 불안감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100세 시대에 걸맞는 정책방향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구멍이 많다. 특히 한국인의 노후는 여간 고달픈 게 아닌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강국이라고 하면서도 노인빈곤율은 49.6%(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1위다. 국민연금이 있다고 하나 65세 이상 수급자는 35%에 불과하다. 그나마 20년을 넣어야 월 평균 8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안정적 노후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결국 그 부족분은 사적연금으로 메울 수 밖에 없다. 이달 초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공적연금 강화에 무게를 두었지만 이번에는 사적연금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런 맥락이다.

금융당국이 많은 고민을 한 결과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런 정도로는 노후 대비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격적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라는 건 연금의 특성을 간과한 일방적 주문에 불과하다. 자산 운용에 따른 수익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수익률과 위험은 언제나 반비례하게 마련이다. 철저히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운용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수익률을 앞세우다 원금에 손실이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가 사적연금을 활성화할 의지가 있다면 운용 방식에 간여하기 보다는 정책적 효과가 훨씬 큰 세제혜택을 늘리는 편이 소비자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잇단 노후 연금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세금을 줄이거나 돌려주겠다는 소리는 한 군데도 없다. 퇴직연금의 개인연금 전환도 세금 납부를 미뤄 준다는 것이지 결코 면제해 주는 건 아니다. 단기적 세수 감소 부담이 있겠지만 미래 투자라는 긴 안목에서 봐야 한다. 노후 자활 능력이 높아지면 정부의 복지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