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김기훈ㆍ장필수 기자] 인연은 묘하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40년 지기. 서로의 가정사까지 꿰고 있다. 한때는 당도 함께였다. 그런 둘이 정적으로 조우했다. 그것도 정치인생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다. 대구에서 부활을 꿈꾸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적의 심장부에서 3수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 잠룡으로 꼽히는 이들이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 대구 수성구에서 맞붙는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1월 말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공통 질문을 바탕으로 이를 재구성했다. 40년 지기 정적의 가상 대담이다.
- 대구 수성갑에서 여야 잠룡이 맞붙는다. 대구 민심은 어떤가?
▶김부겸 = 대구 민심은 수면 아래서 요동치고 있다. 예전처럼 대통령만 팔면 무조건 당선되리라 판단하지 마라. 무엇이 대구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나. 여긴 당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간다. 대통령을 팔아 온 그들이 여기서 무슨 뿌리와 애정이 있어 대구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겠나. 그 사이 대구는 새로운 동력과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버렸다. (낙선 이후) 4년간 대구에 머물렀다. 내 이름조차 모르는 시민도 “아이고 야야, 이번에는 한번 돼야 한데이”라고 한다.
▶김문수 = 2014년 가을부터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출마 요청이 있었다. 보수혁신위원장을 마친 후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만나 대구 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가 있는지 물어봤고, 아무도 반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4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하느냐. 대구 경북이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 대구ㆍ경북이 새누리당 의원을 100% 당선시키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 두 후보는 경북고와 서울대 동문으로 40년 지기다. 서로를 평가한다면? ▶김문수 = 김부겸 후보를 잘 안다. 아주 잘 안다.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2003년에 당을 떠났는데 당시 언론은 이들을 ‘독수리 5형제(이부영ㆍ이우재ㆍ김부겸ㆍ김영춘ㆍ안영근)’라 불렀다. 이게 ‘철새’지 왜 ‘독수리 5형제’냐. 대선에서 졌다고 당을 옮겼으니 철새다. 김 후보도 (야당으로) 갔다면 거기서 국회의원하면 되는데 대구로 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당시 탈당성명과 똑같다. 새누리당을 부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없이 경제가 돌아가나? 야당이 맡아서 남북통일이 되겠나? 선진국에 진입할 때까진 새누리당이 (집권)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이) 지역감정 타파를 주장하지만, 이미 철 지난 얘기다. ‘노무현 따라하기’다.
▶김부겸 =고등학교ㆍ대학교ㆍ운동권 선배인 김 전 지사와는 고등학교 시절, 교회 공부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결기가 넘치는 혁명가 같았다. 우린 학생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제적된 후 김 선배는 노동운동에, 나는 재야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회과학 서점은 경찰의 상시 감시대상이었는데, 나는 신림네거리에서, 김 선배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했다. 서점을 직접 경영했던 아내와 김 선배의 아내는 관악경찰서 문턱을 같이 넘어다녔을 정도로 돈독했다. 항간에서는 김 선배가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다. 서로 신사답게 깨끗하게 경쟁하고 싶다.
- 서로의 주장을 보면 결국 지역주의가 주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지역주의는 정말 문제인가?
▶김부겸 = 지역주의라는 벽을 누가 만들었나. 정치인들이다. 지역주의를 조장해 국회의원이 되는 데에 이용했다. 오랫동안 피우던 담배를 안간힘 쓰며 끊는 것처럼, 이제 대구 시민은 지역주의 폐해를 실감하고 이 족쇄에서 벗어나려 한다. 대구로 내려가며 ‘지역주의 벽을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지역주의 벽을 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대구시민이다. 대구 사람들 스스로 마음 한켠에 ‘지역주의의 주범’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문수 =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순천 발전을 위해 나왔다. 이 최고위원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해서 당선된 게 아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하니 뽑힌 것이다. 이 최고위원의 목표, 승리한 요인이 지역구도 타파가 아니다. 지금 지역주의가 제일 큰 문제인가? 대구의 문제는 수도권과의 격차다. 전라도와의 감정이 문제가 아니다. 대구도 지역감정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의 발상으로 계속 지역주의를 얘기하는데, 이는 과거의 시계일 뿐이다.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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