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노동개혁 5대 입법이 이번 주 ‘운명의 주’를 맞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와 전문가들은 5대 입법이 무산되는 파국을 맞을 경우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당장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판례에 따른 소송이 붓몰을 이루고, 노사관계가 악화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신규채용이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저성과자 해고(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은 시한은 없지만 도입이 무산될 경우 기업 경영상의 혼란과 고용시장의 혼돈 등 여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안 등은 현재 여야 간의 입장차로 인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이번 임시국회는 8일 종료된다. 처리 시한까지 오늘(5일)을 포함해 딱 3일 남았다.
▶고용절벽 현실화 우려= 전문가들은 노동 관련 5대 입법과 2대 지침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고 노동현장의 불확실성 및 기업 경영활동 위축으로 신규채용 문이 더욱 좁아지는 이른바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포함 여부 등이 불명확해 사안별로 소송 등 법적분쟁이 붓물을 이루는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지속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신규 채용, 일자리 창출 여력까지 갉아먹어 청년 고용절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연장 등은 당면한 화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법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해외투자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의 2대 지침마저 불발되면 기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의 호봉제 성격의 임금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신규 채용 감소는 물론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기업의 중장기 전망이 힘들어져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이 여파로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줄이기, 생산 및 투자 감소 등 자체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경우 이른바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행선 달리는 노정=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5대 입법과 2대지침 등 노동개혁이 속도감있게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며 “5대 법안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청년, 비정규직, 실직자 등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2대지침은 노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개 하는 것”이라며 “일반해고 지침은 부당해고 사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수 있게 하는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으며 취업규칙 변경지침은 노사에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의 나침반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토론회 결과 일반해고 지침 도입에 따라 우려됐던 ‘쉬운 해고’는 절대 불가하다는 시각이 절대다수였고, 취업규칙 변경지침 역시 아주 예외적인 부분만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자동차의 네바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듯이 노동개혁 5대 입법도 분리되어서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며 “5대 입법의 일괄 처리를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말은 다르다. 5대 입법이 되려 기간제, 파견 근로자를 늘려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간제 노동자 286만명 가운데 35세 이상이 200만명으로 70% 이상에 이를 적용한다면 정부 말처럼 ‘예외 사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의 변경”이라며 “4년이 지나 이직수당만 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두 명을 가지고 8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게 돼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기간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북에 대해 “사용자에게 일정 요건,절차만 충족하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박했다. 또 취업규칙 완화 지침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에서도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원용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 법안통과 직권상정 요청= 경제계는 지난 4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이 임시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무역협회, 경영자총협회, 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7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리를 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노동개혁 5법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며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과거 일본처럼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이냐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제 7단체는 “9·15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대타협 내용을 구현할 노동개혁 법안 입법은 석 달이 넘도록 진척이 없다”며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되고 청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 부문 유연성을제고할 수 있도록 노동 입법에 관련된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근로법 개정안이다.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침체와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직되고 왜곡된 노동시장의 개선은 시급하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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