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장인의 붓 끝에서 화려한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땀 한땀 조심스런 장인의 바느질에 가죽신발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간다. ‘3초 백’ ‘5초 백’ 등 수없는 오명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 갔던 ‘명품(Masterpiece)’의 의미는 장인의 손길에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명품 대중화 시대다. 너도나도 명품 하나쯤은 갖고 있는 시대다 보니 명품이 상징하는 ‘특별함’은 예전같지 않다. 그럼에도 ’나만의 명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한정판, 대중적으로 생소한 브랜드, 좀 더 값이 나가는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니즈 틈새로 ‘VVIP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등장했다. 해외에서 온 명품 장인이 직접 매장에서 제작시연회를 하고 제품에 이니셜을 새겨주는 행사들이다. 많게는 기존 제품가의 3~4배에 달하는 주문제작(Made-to-order)은 쉽게 엄두내기 힘든 ‘VVIP’의 세계. 하지만 기존 명품가격으로 ‘나만의 명품’을 가질 수 있는 이들 행사는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꼼꼼히 채워준다.

최근 구찌는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의 구찌 매장에서 피렌체 스카프 장인을 초청, ‘플로라 퍼스널라이제이션’ 행사를 열었다. ‘플로라 퍼스널라이제이션’은 장인이 구찌의 대표 아이콘인 ‘플로라’ 스카프의 수채화 작업을 공개하고, 이니셜을 페인팅해 주는 행사다. 50만원대의 스카프를 구입하면 이니셜 페인팅은 무료로 제공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값으로 명품 브랜드의 ‘각인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고, ‘나만의 스카프’까지 가질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인 셈이다.

또한 오는 4~5일에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이탈리아 장인이 신세계백화점 일부 매장에서 직접 페라가모의 유명한 신발인 바라(Vara)와 바리나(Varina)의 슈메이킹 시연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 라이코나 페라가모(L’Icona Ferragamo) 론칭을 기념해서다. 라이코나 페라가모의 론칭으로 국내에서도 페라가모 공식 웹사이트의 전용 메뉴에서 최초로 바라와 바리나의 커스텀 오더(맞춤형 주문)가 가능해졌다. 개인의 개성을 담은 ‘나만의 바라 슈즈’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 같은 명품 브랜드의 행사는 제품의 장르를 망라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스위스 명품시계 예거 르쿨르트의 부티크 오픈을 맞아 시계 장인이 직접 고객과 분해ㆍ조립을 체험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2012년에는 토즈가 장인을 초청해 드라이빙 슈즈를 직접 만드는 시연회를 가졌다. 같은 해 에르메스는 프랑스에서 장인 9명이 내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넥타이ㆍ스카프 등의 제작과정을 공개했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특별전시회 ‘남성에 관하여’도 진행했다.

즐기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에게 이 같은 행사는 ‘명품’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다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시작은 장인정신이다. 장인이 직접 제작하는 것을 보면서 소비자들도 명품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다”며 “현장을 보고 신기해 하며 매장에 들르는 소비자들이 있어 고객소통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늘어나니 백화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을 고객에게 알릴 기회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알고 오거나 브랜드 차원에서 단골고객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 백화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느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