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원ㆍ달러 환율이 1210원대로 치솟아 5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두바이산 원유의 현물가격이 올들어 12년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27.96 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고환율(저원화), 저유가 현상이 뚜렷하다.
이에 저유가, 저원화, 저금리를 일컫는 ‘3저 시대’가 도래하면 호경기를 맞았던 과거처럼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거 3저 시대와 지금의 상황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중국발 금융위기 등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불안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며 “현재 국내 외화유동성 공급이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환율이 계속 1200원대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 평균치는 1180원대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키 어렵다”며 “이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역시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경제가 살아나야만 수출이 늘 수 있는 구조가 돼 버린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환율상승이 자동차 업계의 채산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며 “이러한 가정 역시 고환율 지속 및 세계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10%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3%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인용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만큼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이 보고서를 재검증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저유가는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돼 왔다. 유가가 떨어지면 기업은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개인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과잉공급 기조 아래 너무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오히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초 공동으로 발표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 달러까지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2%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가하락이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애초 전망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출이 줄면서 오히려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8% 비중을 차지하는 신흥국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조선, 건설, 플랜트 등 주력 수출 분야의 수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으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7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95억6000만 달러 대비 31.3%나 급감했다.
이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2600만 달러로 무려 52%나 줄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유가하락은 오히려 오일머니 유출을 가속화해 금융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1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3개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0조6980억원으로, 고점이던 지난 2014년 7월 41조3410억원에 비해 10조6430억원(25.7%)이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460조3070억원에서 430조1600억원으로 6.5% 감소한 것을 비교하면 오일머니 이탈은 무척 가파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 압박이 커진 산유국들이 국부 펀드 등을 통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서둘러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test1018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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