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저유가가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은 물론 원유 주요 소비국인 선진국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원유 선물의 지표가 되는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13일(현지시간) 배럴당 31.22달러로 시작해 8 거래일 만에 반등시도를 보였다. WTI유가는 지난 12일 배럴당 30달러를 일시적으로 하회에 12년 만에 2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현재 거래되는 유가는 정유기업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5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 신흥국 경기 침체에 따른 무역 악화=

저유가 장기화는 산유국과 신흥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하면서 선진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의 무역 및 자본투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국 텔래그라프는 13일 영국 철강기업 타타(Tata) 등이 절감 비용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펜하이머의 파델 가이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 12일 CNBC 방송에 “유가가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고 해도 셰일업체들의 생존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유 및 셰일기업들의 사업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원자재 산업은 최근 원자재 수요 부진으로 석유ㆍ가스전 개발을 지연하고나 중단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신흥국 경기 침체의 악순환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미국 자원개발 회사인 아나다루코 등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에 대한 투자결정을 지연시키기로 했다. 일본의 지요다 화공건설(千代田化工建設)은 LNG 플랜트의 수주 결정을 지연시키기로 했다.

▶ 실물경제 위협하는 금융시장 혼란=

유가하락은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및 산유국 중심으로 주가 매도가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진국가의 통화강세를 야기하고 안전자산에 주가가 몰려 소비자 심리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각국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경기침체는 물론, 부채 부담도 커진다.

독일 증권의 마츠오카 미키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저유에 기업 수익은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경제가 감속하고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를 돌게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사람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지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원유 가격이 10% 하락해 그 상태를 유지할 경우, 세계 광공업 생산은 6 개월 만에 0.76%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여기에 달러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이뤄지면서 산유국들이 통화의 평가 절하를 강요 당하고 있다”며 “수출 채산성 및 생산 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유가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시장 혼란은 수요 둔화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