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3低효과로 주식호황기 ‘꿈의 주가’ 1000포인트 첫 돌파 네자릿수 주가지수 시대 포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지나가는 강아지도 주둥이에 10만원짜리 수표를 물고 다닌다더만 주식이 미쳐브렀어, 올라도 너무 올라브렀어.”(드라마 ‘응답하라 1988’ 16화 中, 성동일의 대사)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저유가 쇼크로 국내 주식시장이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막을 내린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88년 주식시장이 재조명 받고 있다.
현재 여의도 증권가에서 당시의 주식시장을 겪은 증권맨들은 드물지만, 새해부터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자 ‘1988년 한국주식시장의 전설’을 언급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3저’(저유가ㆍ저금리ㆍ원화약세) 효과와 88올림픽 기대감으로 500선을 맴돌던 주가지수가 1년 만에 900선으로 껑충 뛰어오른 당시 상황은 중국ㆍ중동발 악재로 답답한 ‘박스피’에 갇힌 지금과는 기대감부터 달랐다.
▶88년, 주식시장의 ‘양적 팽창’=88년은 3저 순풍과 서울 올림픽 개최 효과에 힘입어 연간 11.9%의 경제성장률을 맛본 시기다. 당시 주식시장도 호황기의 수혜를 입으며 몸집을 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8년 상장된 종목수는 970개, 시가총액 규모만 64조543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 상장 종목수(603개)에 비해 61%, 시가총액은 38조3715억원 늘어난 수치다.
최근(2015년 말 기준)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1202조원으로 큰 폭으로 차이가 나지만, 유가증권시장 종목수는 997개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시총 1위를 자랑한 대장주는 그해 ‘국민주 1호’로 상장한 포항제철(포스텍)이었다. 당시 포항제철의 시총은 3조4666억원으로, 평균 주가는 3만361원이었다.
시총 2~6위는 은행주가 싹쓸었다.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은 시총 1조631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제일은행(1조5970억원)과 서울신탁은행(1조5684억원), 한국상업은행(1조549억원), 조흥은행(1조549억원) 순이었다.
오늘날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당시 시총(1조1061억원) 12위에 그쳤다. 88년 평균 주가는 3만2631원, 그해 최저ㆍ최고가는 각각 2만8300원, 3만8600원이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88년 당시 주요 증권사는 회원사 기준 25개 수준이었다.
현재 증권사는 57개사로, 현황은 영업점 1217곳, 임직원 수는 3만6096명이다. 지금까지 이름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증권사는 대신, 대우, 신영, 신한, 부국, 현대뿐이다.
▶코스피 1000포인트 시대의 ‘견인차’= 현재의 코스피가 공식 도입된 1983년 1월 이래 88년 전후는 코스피의 유례없는 성장기였다.
85년 7월부터 89년 4월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3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로 수직 상승, 무려 670%가 올랐다.
자본시장 육성방안이 발표된 85년 6월 이후 서서히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는 88년 서울 올림픽(9월)을 앞두고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초 632.04로 시작한 코스피는 연말 907.20을 기록했다.
때마침 불어온 3저 현상에 힘입어 주도주로 떠오른 금융ㆍ건설ㆍ무역 등 이른바 ‘트로이카’주는 코스피 강세를 이끌었다.
특히 금융주는 같은 기간 100배 상승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88년 코스피의 이 같은 성장세는 네 자리 주가지수 시대를 견인했다.
89년 3월 20일 2시40분께 종합주가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87포인트 오른 1000.28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
이는 80년 1월4일의 종합주가지수(100)와 비교, 9년 3개월 만에 주식시세가 10배 오른 순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 무기연기’ 발표로 정국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가담하면서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당시의 상황과 관련, “꿈의 주가로 불리던 1000포인트를 돌파한 날 증권사 객장에서는 환호성이 일었다”며 “지점별로는 샴페인을 터뜨리고 맥주를 들면서 기념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미처 숫자 ‘네 자리’를 넣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전광판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도 전해진다.
종합주가지수가 단말기에 1000.28을 찍은 순간, 전광판 숫자는 999.28에 머물러 있었다.
네자릿수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도 증권사들이 전광판 종합주가지수 난을 세 자리로 놔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객장에서는 “이런 것 정도는 미리 손질해놨어야 하는 거 아니냐”, “네자릿수 시대를 맞는 기쁨이 반감된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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